중동항로 운임이 중국발 화물 중심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중국 춘절 연휴가 지나고 반짝 상승한 운임은 수요 회복이 더디면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월 말 반등한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운임은 3월1일 기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715달러로 단기 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2주 연속 하락하며 3월15일 고점 대비 18% 하락한 1410달러에 머물렀다. 상하이해운거래소는 중국 춘절(설) 직후의 수요 약세와 이슬람 국가의 라마단 기간 전 밀어내기 특수가 맞물려 다른 항로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발 중동항로 운임은 변동 폭이 크지 않으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40피트 컨테이너(FEU)당 운임은 이달 3주 평균 296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3000달러를 돌파한 뒤 이달 들어 1.4%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3월18일자 운임은 2922달러로 집계됐다. 선사들은 이전까지 상승했던 운임이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한 형태가 아니어서 시장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이다.
수에즈운하로 향하는 길이 막히면서 중동 국가와 우리나라를 오간 화물량은 전년보다 대폭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한 달 수입 물동량은 약 1만3000TEU로, 전년 동월 2만2000TEU보다 40% 감소했다. 수출 물동량 또한 1년 전 3만4000TEU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15% 줄어든 2만9000TEU로 나타났다. 전체 교역량을 보면 4만3000TEU로 집계돼 전년 기록 5만6000TEU에 견줘 23%가량 하락했다.
현지 시간 3월8일부터 이슬람권 국가들은 라마단 기간에 들어갔다. 예멘 후티 반군이 라마단을 앞두고 공격 강화 태세를 취하면서 이 기간 해운 수요가 영향을 받았다. 외신에 따르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교통량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로, 3월 둘째 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평소 대비 67% 줄어든 218척을 기록,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발 물동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선사들은 3월 말까지 안정적으로 화물을 확보했으며, 스케줄 변동 없이 정기 운항하고 있다. 중동계 선사인 볼타쉬핑서비스는 홍해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까지도 문제없이 화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피격당한 벌크선 <루비마>(Rubymar)호가 이달 3일 완전히 침몰된 후에도 후티 반군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엔 아덴만 서쪽을 항해하던 벌크선 <트루컨피던스>(True Confidence)호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선박에 화재가 일어나면서 선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선원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홍해 사태가 벌어지고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7일과 8일(현지시간)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은 선원 보호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각각 발표했다. 3월18일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을 규탄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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