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항공화물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요 회복세를 띠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항공화물 수요는 작년 8월 19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연말 내내 수요 강세를 이어가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특히 작년 4분기 성수기 효과와 더불어 홍해 사태 여파로 물류 차질을 빚고 있는 해상 운송을 대신해 되레 늘어났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항공사가 취급한 톤킬로미터(CTK)는 전년보다 소폭(1.9%) 후퇴했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에 견줘선 3.6% 하락했다. CTK는 수송된 화물의 톤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값으로, 통상 항공업계에선 화물의 수송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된다.
2023년 CTK는 상반기 내내 계속된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으나, 감소율은 2022년에 견줘 6.1%p(포인트) 개선되며 수요 감소폭이 완화됐다. 특히 2022년 약세를 보였던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의 CTK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유럽도 수요 회복에 탄력을 받으며 주요 지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항공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요 반등세가 본격화되면서 올해도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항공화물 수요는 한 해 통틀어 처음으로 두자릿수 성장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23년 12월 CTK는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고, 2019년 같은 시기에 견줘도 2.3% 상승했다.
공급도 11개월 연속 증가했다. 항공화물 공급량 수치인 공급화물톤킬로미터(ACTK)는 지난 2022년과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19년보다 각각 11.3% 2.5% 확대했다. ACTK는 지난 하반기부터 계속 두자릿수 성장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윌리 왈시 IATA 사무총장은 “항공화물 시장은 보다 정상적인 수요 패턴을 향해 안정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항공화물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3.6% 낮았지만, 지난 4분기 수요 강세를 미뤄 보아 향후 수요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지표가 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살펴 보면 아·태, 중남미, 중동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송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냈다. 세계 최대 점유율(32.4%)을 기록 중인 아태 지역의 CTK는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특히 작년 12월 CTK는 18.5% 상승하며 전 지역 통틀어 최대 성장폭을 나타냈다. 두 번째로 비중(28.1%)이 큰 북미의 CTK(-5.7%)는 여전히 부진했지만 상황은 전보다 호전되고 있다. 작년 12월 CTK는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전 세계 항공화물시장 내 점유율 21.8%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도 수요 회복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 지역의 CTK(-3.9%)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2022년(-11.5%)에 견줘 7.6%p 완화됐다. 시장 점유율 13.0%에 이르는 중동는 아·태 지역과 함께 지난해 수요 반등에 성공했다. 작년 중동의 CTK는 1.6% 증가하면서 2022년(-10.7%)에 비해 훨씬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소수 시장인 중남미(점유율 2.7%)의 CTK는 2.0% 증가하면서 전 지역 통틀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프리카(점유율 2.0%)의 CTK는 1.8% 후퇴하며 재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 오간 항공화물 11%↑…제주항공 등 주요 LCC 물량 광폭 성장
지난해 우리나라 항공화물 실적은 강세였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항공화물수송량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395만3900t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항공화물 실적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1월까지 11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리다가 2022년 2월부터 11개월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이 중 국제 화물은 374만1500t으로 12.7% 늘어난 반면 국내 화물은 21만2400t으로 7.4% 줄어들며 희비가 교차했다.
국내·외 항공사의 2023년 화물수송량은 12.7% 오른 374만1500t을 기록한 반면 수하물을 제외한 항공화물은 6.6% 줄어든 275만5500t으로 집계됐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계 화물 운송량은 12.2% 오른 254만3400t을 처리했다. 대한항공은 소폭(0.3%) 감소한 146만4400t을, 아시아나는 5.6% 증가한 72만4600t을 각각 거뒀다. 폴라에어카고, UPS, 페덱스 등 외항사는 13.6% 상승한 119만8000t을 기록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다수는 광폭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항공사별 화물 처리 실적을 보면 ▲제주항공 9만7200t(286%) ▲티웨이항공 6만8800t(302%) ▲진에어 6만3900t(404%) ▲에어인천 3만9300t(4%) ▲에어부산 3만5800t ▲에어프레미아 3만200t(262%) ▲에어서울 1만4400t(275%) ▲에어로케이 1500t(0%) ▲플라이강원 800t(190%)순이었다.
대륙·국가별로 보면 지난해 항공화물실적은 대체로 호실적을 거뒀다. 우리나라와 가장 많은 화물량이 오간 아시아는 17.5% 증가한 113만2300t을 기록했다. 아시아 점유율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중국과 일본은 각각 60만1000t 43만2100t으로 19.0% 35.2% 늘어났다. 두 번째로 물량 교역 비중이 큰 미주는 대미 교역량 약세에 영향을 받아 역신장했다. 이 지역의 화물량은 2.6% 감소한 82만1100t으로 집계됐다. 미국과의 물동량은 4.9% 줄어든 73만3600t을 나타냈다.
유럽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성장세에 힘입어 5.9% 오른 58만9400t의 처리 실적을 냈다. 특히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튀르키예 등 주요 4개 교역국은 각각 5만7800t(14.2%) 4만9300t(39.4%) 4만3300t(26.4%) 4만3100t(29.2%)을 기록, 모두 두자릿수 성장했다. 다만 유럽 내 최다 교역국인 독일과의 물동량은 14.3% 감소한 15만5000t으로 유독 부진했다.
이 밖에 호주 등 대양주는 지난해 7만5400t, 1년 전보다 2배(92.3%) 가까이 늘어난 반면 카타르(-14.9%) 아랍에미리트(0.7%) 등 중동은 8만3700t으로 7.0% 후퇴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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