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거래해온 기업들이 통관 데이터 조회 시스템에 꼬리를 밟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지난달 23일 신규 수출통제 대상 기업(entity list) 93곳을 발표하면서 경남 김해에 주소를 둔 대성국제무역(Daesung International Trading)을 포함시켰다. BIS는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미국산 공작기계와 전자 시험장비, 공작기계 부품 등을 허가 없이 러시아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1월23일 네덜란드 기업 ETW-테크놀로지야(TEKHNOLOGIYA)가 대(對) 러시아 수출 제재 조치를 위반한 사실이 네덜란드 금융범죄조사국(FIOD)에 의해 드러났다.
FIOD는 러시아 소유의 네덜란드 회사인 ETW가 지난 8월 러시아 무기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는 전자부품을 포함한 8개의 화물을 러시아에 보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다. 네덜란드 유력 매체에 따르면 ETW의 은행계좌는 거래정지됐고 회사 공동 대표인 프리크(FREEK S.)와 한스(HANS D), 직원 1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미국 통관 조사기관인 임포트지니어스가 취합한 러시아 수출입 데이터에 고스란히 이름을 올렸다. 임포트지니어스는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18개국의 통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통관 데이터에 따르면 대성국제무역은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금속 가공용 밀링 머신 또는 선반 5대를 러시아 기업 1곳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네덜란드 당국도 통관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에 착수해, ETW가 소유한 라트비아의 법인이 러시아로 제제 위반 제품을 수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ETW는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는 120만유로 상당의 135개 품목과 제재 목록에 없는 수천 개의 기술 제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제품엔 이산화탄소 센서, 비중계, 전기저항기와 유리케이스 등이 포함됐다.
임포트지니어스 조지원 한국지사장은 “국내 기업들도 러시아와 거래한 수출입 데이터로 제재 위반이 손쉽게 밝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현 정부에서 진행 중인 러시아 제재와 상황 허가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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