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본격화한 홍해 사태 여파로 중동항로가 떠들썩한 모습을 보였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목으로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위협을 가하며 새로운 지정학적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주도 하에 다국적 안보 작전이 개시되면서 미국·영국이 지난 12~13일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에 공습을 벌였지만 반군은 그 다음날 미군 구축함과 미국 선사 이글벌크의 6만t(재화중량톤)급 울트라막스 벌크선을 차례로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대다수 선사는 홍해로 향하는 서비스를 멈추고 뱃머리를 희망봉으로 돌리는 비상대책을 가동했다. 12월 마지막 주 홍해·아덴만을 통과하는 노선을 재개했던 덴마크 머스크는 같은 달 30일(현지시간) 피격 사건에 휘말리자 다시 잠정 중단했다. 이달 7일 중국 선사인 코스코마저 이스라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홍해 인근을 지나는 선박은 더 줄었다.
홍해 지역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요르단 아카바, 이집트 소크나 항구도 직격탄을 맞았다. 화물들이 대거 홍해 대신 페르시아만(걸프)으로 움직인 까닭이다. 사우디향 화물은 제다항을 대신해 담맘과 리야드로 행선지를 틀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또한 기존 피더화물 외에도 홍해 인근 항구로 들어가던 화물이 들어오면서 환적 물량이 증가했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홍해 사태가 심화되면서 해상 운임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화물이 걸프로 몰리고 항로 우회로 운항 빈도가 줄어든 상황이 맞물리면서 선복 부족난이 빚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선사들은 전쟁 위험, 성수기 등을 이유로 선사별 할증료를 추가 부과하거나 운임을 인상 조정하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춘절과 우리나라의 설 연휴를 앞두고 중동행 노선은 선복 부족을 겪고 있다. 해운컨설팅사 드류리는 1월 초부터 선복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예년처럼 이 시기가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봤다.
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1월 예약은 끝났으며 2월 둘째 주 춘절 전까지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이전처럼 중국 연휴를 앞두고 화물을 먼저 보내려는 ‘깜짝’ 수요보다는 불안정한 시황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배가 비지 않도록 쌓인 화물을 춘절 기간과 이후에 나눠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1월19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982달러로 집계됐다. 12월8일 1152달러 이후 5주간 급등해 1월5일 단기 고점인 2338달러를 찍은 뒤 소폭 하락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이달 3주 평균 운임은 2181달러로, 지난달 평균인 1401달러에 비해 56% 올랐다.
한국발 운임지수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중동항로 운임지수(KCCI)는 1월22일 기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761달러로, 12월18일 집계된 1552달러 이후 5주 연속 올랐다. 2700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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