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오늘 부산항을 동북아 해운물류허브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 속에 부산항만공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공사로 출범했다. 이제 스무살 청년으로서 출발의 순간을 되돌아보며 변화와 혁신으로 부산항의 재도약을 일구겠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4년 1월16일 국내 최초의 항만공사(PA)로 첫 발을 내디딘 BPA는 지난 20년 동안 부산항을 세계 2위 환적 항만, 세계 7위 컨테이너항만으로 육성했다. 상하이 닝보 선전 등 중국 항만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뜻깊다.
20년 전 세계 1위였던 홍콩항이 세계 10위로 곤두박질 쳤다는 점에서 부산항의 굳건한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부산항도 중국 항만에 밀려 BPA 설립 당시 3위였던 항만 순위가 하락했지만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항만으로 거듭났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2003년 1041만TEU였던 컨테이너 물동량을 2023년 2275만TEU로 두 배 이상 늘리며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환적화물은 20년 새 425만TEU에서 1214만TEU로 3배가량 늘어났다. 환적화물이 수출입화물을 추월하면서 20년 전 41%였던 환적화물 비중은 지난해 53%까지 확대됐다.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 개수는 209개에서 287개로 37% 늘어났다.
컨선석 21개서 44개로 2배 증가
공사 설립 당시 21개였던 부산항의 컨테이너선석은 총 44개로 늘어났다. 북항 선석이 21개에서 17개로 감소했지만 2006년 부산 신항이 개장한 이후 27개 선석이 새롭게 추가됐다. 부두 확장으로 20년 전 6km에 불과했던 컨테이너선 접안 시설 길이는 현재 14.1km로 2.5배 확대됐다. 현재 부산 신항엔 PNIT PNC HJNC HPNT BNCT BCT DGT 등 7개 부두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국내 첫 완전자동화 터미널인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준공과 함께 부산항은 자동화 항만의 첫 여정을 시작했다. 2-5단계 부두는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제작한 전동 하역장비를 도입함으로써 차세대 항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BPA는 아울러 북항을 시민들의 친수공간이자 관광·레저공간으로 조성해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발전시키고자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기반 시설인 친수공원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하면서 2008년 착공 이후 15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크루즈선 입항도 20년 새 5배 늘어났다.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 공기업인 BPA는 예산을 2004년 1월 1400억원에서 현재 1조4900억원으로 10.4배, 자산을 3조4556억원에서 7조8798억원으로 2.3배 늘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일궜다. 조직이 3본부 15개 부서에서 3본부 2사업단 23개 부서로 확대되면서 설립 당시 77명이던 임직원 수도 272명으로 3.5배 증가했다.
특히 일본 중국 유럽 미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전략거점에 5개의 대표부를 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3곳에서 물류창고를 운영하며 환적화물 유치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BPA는 지난 16일 부산 부전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그간의 주요 성과를 돌아보고, 2040년 세계 3대 항만으로 도약하는 내용의 새로운 비전 ‘초연결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종합항만서비스 리더’를 선포했다.
새로운 비전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초연결시대의 항만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원스톱 서비스 체계 구축과 사업 영역 확장으로 글로벌 종합 항만기업으로 발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40년 물동량 3700만TEU 목표
BPA는 2040년 부산항의 미래상으로 ▲부산 신항과 진해신항 개발 완성 및 물동량 3700만TEU의 세계 2대 환적 중심 항만 ▲부산항과 가덕신공항, 내륙운송을 연계하는 트라이포트 거점 복합물류항만 ▲인공지능(AI) 자율운항 친환경연료 등 해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품질 친환경 종합 서비스 항만 ▲4차산업 기반 기술로 항만운영의 효율성 정확성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항만 ▲북항재개발을 통한 신해양경제 활성화, 감천항과 다대포항의 비즈니스 및 해양관광 공간 조성을 통한 가치창출 도시항만 ▲항만전문인력 양성과 산업생태계 강화, 연구개발 지원을 통한 항만물류산업 성장 선도 항만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새 비전 실현을 위한 4대 경영 목표로 ▲항만연결성 지수 ▲부산항 부가가치 ▲항만생태계 성장지수 ▲ESG 경영을 설정했다. 아울러 ▲미래항만 패러다임 선도 ▲항만부가가치 극대화 ▲항만산업 생태계 육성 ▲효율·성과 중심의 기관 혁신 등의 4대 전략 방향과 12개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BPA는 이날 CJ대한통운BND 김병진 팀장,범주해운 배성한 항무팀장 등 항만물류산업 발전과 인프라 확충에 기여한 18명의 유공자를 포상하고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9개 기관과 단체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BPA 강준석 사장은 기념사에서 “진해신항 개발,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항만 스마트화와 탈탄소화, 고부가가치 항만배후단지 개발, 해외사업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20대의 젊음과 패기로 부산항을 세계 최고의 허브항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하면서 2004년에 태어나 올해 20살이 된 공사 직원 배지민양에게 20년 백서를 전달했다.
이날 행사엔 해양수산부 송명달 차관, 부산시 박형준 시장, 경상남도 최만림 부지사, 창원시 조명래 부시장, 한국해양진흥공사 김양수 사장, 국제해사기구(IMO) 임기택 명예 사무총장 등 400여명의 내외빈이 참석해 BPA의 20돌을 축하했다.
해수부 송명달 차관은 “2004년 설립 이후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과 대한민국의 과제였던 부산항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신항 개발과 북항 재개발 같은 성과를 일궜다”며 “해양수산부도 진해신항을 3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기항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메가포트로 육성하는 등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해양강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박형준 시장은 “부산시는 올해를 글로벌 허브도시 원년으로 정했다”며 “부산항과 가덕도 공항을 연결하는 국제물류기지와 금융허브로 부산시를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와 관광 콘텐츠를 결합해서 싱가포르와 두바이에 비견하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드는 게 부산과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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