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동조합(육상노조·선원노조)이 하림그룹에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촉구한 가운데 하림은 HMM 유보금 사용, 영구채 전환 유예 등 일부 논란을 일축하고 나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육상노조)와 HMM해원연합노조(선원노조)는 지난해 12월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림의 자기자본 조달 비율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 “무자본 인수에 가깝다”며 우려를 표했다. 노조 측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의 인수금융 문제점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구체적인 매각 조건 공개를 요구했다. HMM은 국가재정을 투입해 되살린 회사인 만큼 매각 과정에서 국민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육상노조 이기호 위원장은 “해양진흥공사를 포함한 해양수산부는 해운산업 발전에 진정한 의도가 있는 기업을 우선시한다고 했다”면서 “이를 확인할 방법은 협의된 매각 조건을 사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실, 졸속 매각이 되지 않도록 협상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란 요구다. 또한 이 위원장은 “HMM은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자본적 여력이 있어 매각은 전혀 서두를 사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선원노조 전정근 위원장은 산은이 인수자에게 내건 것으로 알려진, 배당금액을 3년간 5000억원으로 제한한 조건이 미흡하다고 문제 삼았다. 그는 “3년이면 1조5000억원인데 초대형 선박을 10척 이상 지을 수 있는 돈”이라면서 “(HMM 자본을) 허무하게 인수금융 이자로 날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선원노조 측은 HMM의 유보금이 위기를 앞둔 해운산업에 쓰여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운항 중인 50척의 선박에서 선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회사 측과 단체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 10조원 가까운 금액이 허투루 쓰인다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하림그룹은 나흘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논란 잠재우기에 들어갔다. 회사는 “HMM의 유보금은 불황에 대비하고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최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며 HMM 인수에 10조원의 현금 자산을 사용할 거란 일부 우려를 일축했다. 또 “배당은 최소화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팬오션 인수합병 당시 5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3년간 영구채 전환을 유예해달라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오버행(잠재적 과잉물량 주식) 이슈 해소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림은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해 추가 배당을 받을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긋는 한편 “수정의견 제안은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수 당사자인 팬오션과 HMM 간의 합병이나 사업구조 조정을 진행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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