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배출권 거래제도(ETS)가 해운산업을 대상으로 시행되면서 11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EU ETS 도입으로 해운업계에 발생하는 비용 부담은 배출권 가격을 이산화탄소(CO₂) t당 90달러로 가정했을 때 2024년 33억달러(약 4조2900억원), 2025년 58억달러(약 7조5100억원), 2026년 82억달러(약 10조6500억원)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의회(MEP)는 EU ETS를 해운으로 확대하는 기후변화 대책 강화안을 올해 4월 승인했다. 내년 1월1일부터 EU 역내 항만을 드나드는 5000t(총톤) 이상의 선박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년도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4년엔 40%, 2025년엔 70%의 배출권을 구매하고 2026년 이후부터는 배출하는 탄소 전량(100%)을 사야 한다.
클락슨은 선종별 ETS 비용은 정기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ETS를 100% 적용했을 때 컨테이너선의 비용 부담은 22억달러(약 2조8500억원)를 기록, 전체 비용의 27%를 차지할 거란 계산이다.
이어 여객선과 크루즈선이 17억달러, 유조선이 15억달러, 벌크선이 10억달러의 비용을 물 것으로 전망됐다.
클락슨 스티븐 고든(Stephen Gordon) 사장은 “전 세계 선박 연료 비용은 연 1660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다른 비용에 비해 ETS 비용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도 “2019년 t당 25달러였던 탄소 가격이 규제 당국의 인상 정책에 따라 상승하게 되면 경제적 인센티브는 늘어날 거”라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선주도 배출권을 납부할 책임이 있지만 EU의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용선자(운항사)가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고 납부 주체를 명확히 규정했다.
해운사는 ETS 도입에 대응해 할증료 부과를 선언했다. 국내 원양선사인 HMM은 아시아-북유럽행 20피트 컨테이너(TEU) 화물을 대상으로 16유로의 배출권거래제도 할증료(EES)를 받을 계획이다. 다른 선사들에 비해 금액 폭은 낮은 편이다.
스위스 MSC 21유로, 덴마크 머스크 20유로, 프랑스 CMA CGM 25유로,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23유로 등 대부분의 선사들은 20유로를 웃도는 EES 도입을 발표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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