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15:45

예멘반군 미사일공격에 수에즈운하도 통항불능

선사들 희망봉 우회 결정…선원노련 대책마련 촉구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파나마운하 통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사들이 이젠 예멘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수에즈운하마저 이용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내 대표 원양선사인 HMM은 20일 “홍해 해역에서 일어난 상선 공격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하고 승무원과 선박을 보호하는 예방 조치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모든 HMM 선박의 항로를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HMM은 최근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가 홍해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HMM이 소속돼 있는 디얼라이언스(TA)는 아시아-유럽항로인 FE2 FE3 FE4 FE5 4개 노선과 지중해 노선인 MD1 MD2 MD3, 아시아-유럽-미동안 노선인 FP1, 동남아-미동안 노선 EC4 등 그동안 수에즈운하를 통항해왔던 노선의 뱃머리를 모두 희망봉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파나마운하 가뭄과 선박 통항 제한에 대응해 수에즈운하로 우회하려던 EC1 EC2 EC6 등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극동-미국 동안 3개 서비스도 희망봉 경유 노선에 포함됐다.
 
아울러 미사일 공격을 받거나 표적이 됐던 스위스 선사 MSC와 덴마크 머스크를 비롯해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크로이트 등도 항로 변경을 통보한 데 이어 대만 완하이라인도 아시아-미동안 노선 AA7의 희망봉 우회를 통보했다.

MSC는 성명에서 “홍해 항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자사 선박은 수에즈운하를 통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홍해 해역을 운항하는 상선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후티 측은 9일 “이스라엘 항만으로 화물을 수송하는 선박을 공격 대상에 추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후티 반군 발표 이후 스위스 선사 MSC의 2500TEU급 컨테이너선 <엠에스씨팔라티움3>(MSC PALATIUM III)호가 현지시각으로 15일 탄도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덴마크 유조선사 유니탱커즈는 18일 2만t(재화중량톤)급 <스완애틀랜틱>(SWAN ATLANTIC)이 홍해 남부 해역을 항해하다 드론과 대함 공격용 순항 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미 해군 구축함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 선박 모두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 MSC의 1만1000TEU급 선박 <엠에스씨알라냐>(MSC ALANYA)호와 머스크의 1만TEU급 선박 <머스크지브롤터>(MAERSK GIBRALTAR>호가 공격 타깃이 됐다고 미군이 엑스(옛 트위터)에서 전했다.
 
미국은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을 받게 되자 다국적군이 참여해 홍해와 아덴만 안보 문제에 대처하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수립했다. 이 작전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캐나다 바레인 세이셸 들이 참여한다.
 
국내 선원 노조 단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성명서에서 “예멘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에 대응해 홍해 해역을 항해하는 우리 선원들의 보호를 위한 선제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와 선사는 선원 보호를 위해 즉각 우회 운항을 결정하고 인근 위험지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승선한 모든 선원들에게 하선권을 보장하고, 선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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