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8 14:20

중동항로/ 수요부진·시황침체 맞서 운임 방어 안간힘

이·팔 전쟁에 전쟁위험할증료 도입 등 비용 상승


올해 중동항로는 약세 시황이 지속되면서 운임도 하락과 반등을 반복했다. 선사들은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과 운임 인상, 물량 전환배치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4분기엔 중동지역에 국제 분쟁이 발발하면서 관심이 쏟아졌지만 시황엔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올해 중동항로 수요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관세청에 따르면 1~10월 중동 20개국과 우리나라를 오간 누계 물동량은 55만5000TEU를 기록, 1년 전 43만2000TEU에 비해 28%가량 증가했다. 다만 이 같은 성장률은 팬데믹이 끝난 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올해 10개월 누계 수출 물동량은 32만1000TEU로, 지난해 24만9500TEU와 비교하면 29% 가까이 성장했지만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35만4600TEU에 비하면 9% 이상 감소해 아직까지 팬데믹 이전 교역량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컨테이너 운임 하락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수요 대비 공급 과잉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운임 하락 압력에 시달렸다. 신조 대형선이 잇따라 유럽항로에 투입되고 기존 유럽항로를 다니던 선박들이 주변 항로로 밀려나면서 중동항로의 공급도 크게 늘어났다. 선사 관계자는 “중동항로에 취항하는 선박들의 사이즈가 커지면서 운임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선사들은 1년 내내 운임 방어에 힘썼다. 2분기 잠깐 임시결항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운임이 반등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두바이행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4월 첫 주를 제외하고 2분기 내내 1200~1300달러를 오갔다. 그러나 수요가 지속되지 못하자 약보합세에 접어들었고, 3분기 평균 운임은 907.5달러로 하락했다. 특히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을 앞두고 화물을 미리 보내려는 ‘밀어내기 수요’가 실종되면서 9월28일에는 790달러로 올해 최저를 기록했다.

10월 들어 선사들은 강력한 공급 조절과 운임 인상 기조를 내세워 운임 상승을 꾀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 평균 상하이발 운임은 1263달러를 기록하며 10월 평균(968달러)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11월 중순 이후 상승세는 꺾였지만 그달 내내 1200달러 가까이 유지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40피트 컨테이너(FEU)당 한국발 중동항로 11월 평균 운임 또한 중국발 운임만큼은 아니지만 전달(1507달러) 대비 6%가량 상승한 1592달러를 기록했다.

10월7일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 간 충돌은 시황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공식 선포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됐다. 확전 또는 분쟁이 장기화 될 시 유가 상승과 수요 둔화를 야기할 거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분쟁 지역인 가자 지구과 인접한 아슈도드항을 비롯해 모든 항만에서는 차질 없는 운영이 이뤄졌다. 12월 현재까지 분쟁은 지속되고 있지만 일시 휴전하는 등 확전 가능성은 낮아졌다.

국적선사는 분쟁 지역을 직접 취항하는 곳이 없고, 글로벌 선사에서 제공하는 이스라엘 노선 또한 한국에서 출발하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었다. 분쟁 초기 아슈도드항에선 정책상 위험물 선적 예약이 불가했지만 현재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정상 운영된다.

다만 11월 말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지난 9일 예멘의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가자 지구에 구호물자 반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관련 없는 선박도 표적으로 삼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머스크 MSC 등 일부 선사에선 일시적으로 항로를 우회했다. 이스라엘 선사인 짐(ZIM)라인은 12월 둘째 주 기준 여전히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 12일 정도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위험할증료(WRS)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짐라인이다. 10월 중순부터 이스라엘로 기항하는 선박에 보험료를 추가 부과해 11월22일 한 차례 요금 변동이 있었다. 한국발 노선은 TEU당 80달러로, 초기에 비해 20달러 내렸으나 전 노선에서 자동차 운송 할증료가 추가됐다.

그런가하면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내년 1월 1일부터 WRS를 부과한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모든 컨테이너 및 화물에 적용되며 한국발 노선은 TEU당 80달러가 추가된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 또한 보험료 급상승을 이유로 긴급위험할증료(ERS)를 부과한다. 내년 1월 8일부터 아슈도드항과 하이파항으로 들어가는 모든 화물에 TEU당 50달러를 추가한다고 공지했다. 40피트(FEU)·45피트 컨테이너당 요율은 TEU의 두 배다.

올해 국제유가는 산유국 감산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상방 압력과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저하라는 하방 압력이 혼재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두바이유는 상반기 미국·중국의 약세 시황에 영향을 받아 배럴당 평균 79달러를 기록했고, 하반기엔 원유 감산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여파로 9~10월 평균 92달러 가까이 오르며 반짝 상승세를 보였으나 재차 하락 곡선을 그렸다.

12월 첫째 주에는 2주 연속 떨어져 배럴당 평균 77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11월 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며 내년에도 주요국이 기조적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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