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09:03

美 자율주행 배송 상용화 가속페달…노동계 들썩

운전자 탑승 의무화 법안 ‘힘겨루기’


미국 운송업체들이 자율주행·로봇 화물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속도전에 돌입했다. 특히 운전자 없는 ‘무인’ 주행 트럭으로 중장거리 배송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는 운전자 탑승 의무화를 두고 산업계와 노동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물류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화물 운송업체들은 운전자 부족난에 대비해 간선 수송(장거리), 역내 배송(중거리), 라스트마일(단거리) 등 거리별로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트럭운송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물류의 72.6%는 트럭 운송으로 이뤄진다. 그만큼 대형 화물차는 운송 시장의 핵심이지만 트럭운전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10년 후엔 16만명가량 부족할 거란 예측이 나온다.

대표적인 자율주행 차량 기술회사 오로라 이노베이션은 아마존, 현대차, 도요타, 덴소 등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투자를 받으며 장거리 운송에 주력했다. 올해 4월 자율주행 트럭을 상업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첫 번째 화물터미널을 준공한 데 이어 차량 부품 생산업체인 콘티넨탈과 시스템 구축 제휴를 체결하고 5월에는 콜드체인 운송업체인 히르슈바흐 모터라인과 함께 댈러스-휴스턴 간 자율주행 상용 트럭 시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오로라는 내년 말까지 텍사스 내에서 무인 자율주행 트럭 운송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속도로 같은 고정된 경로로 주행하는 장거리 운송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시장에 진입한 회사도 있다. 스택AV는 자율주행 기술회사인 아르고AI 창립자들이 올해 9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소프트뱅크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 이전 회사인 아르고AI 또한 포드와 폭스바겐의 대대적인 투자를 받았으나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자 투자들이 손을 떼면서 문을 닫았다.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기술을 상용화하기까지 장기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 네트워크 업체인 우버는 자율주행 사업부문 자회사(ATG)를 매각하는 대신 자율주행 기술 회사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택했다. 지난 2020년 이 회사는 ATG를 오로라 이노베이션에 매각하고 자회사인 화물운송 중개 서비스 우버 프레이트에 오로라의 기술을 투입, 지난해 9월 댈러스·포트워스와 엘파소 간 화물운송을 진행했다. 또 올해 9월엔 와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정기 운행을 약속했다. 우버 프레이트가 화물차 운전자와 화주를 연결하면 와비는 규모에 맞게 AI 지원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장착한 와비 드라이버를 배치하는 형태다.

역내 배송 단계에서는 소매업체, 물류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면서 상용화에 속도를 냈다. 유일하게 자율주행 배송을 정식 도입한 개틱AI는 2019년 월마트와 제휴해 꾸준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엔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 9월에는 타이슨푸드와 각각 제휴를 맺고 냉장·냉동식품 배송에 나섰다. 회사는 B2B 물류만 취급하며, 안전을 고려해 자율주행 트럭에 운전자 탑승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코디악 로보틱스는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장거리 트럭을 활용, 물류사업자와 연계해 지역 내 배송까지 커버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0월 이케아와 협력해 베이타운의 물류창고와 프리스코에 위치한 매장 사이를 시범 운행했고, 올해 3월에는 물류회사 포워드에어와 댈러스-애틀랜타 간 주 6일 자율주행 화물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머스크와 함께 주 4일 물류센터 운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10월에는 양사 합작으로 휴스턴과 오클라호마시티를 연결하는 상업용 자율주행 트럭 전용차선을 개설한 바 있다.
 

다만 배송의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에선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율주행 기술회사는 택배사업자와 제휴해 일반도로를 주행하거나 소형 로봇 배송을 도입해 시장에 참여했다.

일반도로를 택한 뉴로는 2021년까지 도미노피자, 월마트, 세븐일레븐과 배송사업을 진행, 지난해 9월에는 우버와 식품 배달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전 직원의 20%를 감원한 데 이어 올해 5월엔 30% 추가 감원, 3세대 자율배송 차량을 생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소형 로봇에 집중한 아마존과 스타십 테크놀로지 또한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두 회사 모두 지난해 개발 규모를 축소하거나 전 직원 11%를 감원했다.


‘무인’트럭, 비용 절감·일자리 박탈 시끌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물차 기사와 무인트럭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자율주행 트럭의 ‘운전자 탑승’ 의무화가 화두에 올랐다. 지난 9월 캘리포니아 상·하원이 1만파운드(약 4.5t) 이상 자율주행 트럭엔 숙련된 인간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 통과시켰지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섬 주지사는 해당 법안이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토 이유를 들었다. 또한 무인트럭이 인간이 운전하는 트럭보다 사고 발생 확률이 적고,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이 무인트럭 작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자율차 안전운행 관련 법안이 있어 중복된다고도 덧붙였다.

트럭 제조업체들은 무인트럭을 이용하면 24시간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고 운전자 보험료를 줄여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자율주행 무인트럭은 특정 구간과 동일 도로를 오가는 만큼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소수의 운전자로 트럭 여러 대를 운전하는 군집주행 형태는 지금도 실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운송연구소는 군집주행을 도입하면 연료 소비를 최대 15% 줄일 수 있어 탄소 배출 저감에 도움이 된다며 무인트럭에 힘을 실었다.

노동계는 무인트럭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25만여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캘리포니아 노동연맹 로레나 플레처 위원장은 “캘리포니아 트럭운전자 약 20만명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일자리를 기업 이익 증대와 맞바꾸지 말라”고 말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상하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하는 절차를 밟아야한다.

현지 외신은 이번 사태가 기업이 기술로 인간을 대체하려는 과정에서 자율차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발생했다고 진단하는 한편, 주 행정부가 무인트럭 기업이 캘리포니아에서 떠날 것을 우려해 뉴섬 주지사에 압력을 가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자율주행 차량을 선도하고 있어 파장이 상당할 거란 전망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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