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에 따른 화물철도 운송 증가와 맞물려 미국 내 철도서비스 부족 문제로 한동안 물류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최근 북미 서안 항만에서 철도 차량 부족에 따른 화물 운송 지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 등 항만의 철도 운송 컨테이너 터미널 적체는 올해 6월을 시작으로 9월부터 본격 가중되고 있다. 9월 두 항구의 터미널 적체는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6일을 넘어섰다.
미국 오클랜드 소재 태평양상선협회(PMSA)에 따르면 9월 두 항구의 철도터미널 내 수입 컨테이너 처리일수는 6.54일로 8월 4.45일, 7월 4.14일보다 훨씬 늘어났다. 5일 이상 터미널에 머문 8월 화물 비중도 25%로 6월(23%)보다 2%p(포인트) 상승했다. PMSA 측은 9월 수치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미서안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평균 화물 체류 비중이 30% 이상 넘어설 걸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시애틀·터코마(NWSA)항에선 허스키 터미널이 평균 7일 이상 적체됐고, 인근 워싱턴유나이티드 터미널도 3~7일 가량 화물 운송이 지연되고 있다. NWSA항에선 철송 지연 문제와 더불어 주요 선사들의 서비스 중단·감축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 컨테이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략적 해운제휴그룹인 디얼라이언스는 NWSA항을 기항하는 PN3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하고, 오션얼라이언스는 OPNW-Dahlia 서비스를 감축하기로 했다. 서비스 중단·감축으로 공 컨테이너를 꺼낼 수 있는 선박의 수가 적어지면서 컨테이너 화물 반출입 처리 기간이 악화됐다. 그 결과 철송뿐 아니라 전반적인 항만 물류 차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동서부 운송량 편차에 따른 철도차량 가용성 악화도 물류 적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현재 미국은 성수기를 맞아 수입 화물 강세에 힘입어 동부행 철송량이 늘어났으나, 반대로 수출량 증가세는 둔화되면서 서부행 운송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동서간 교통량의 불균형은 곧 철도 차량 운용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화물철도난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오토렉 등 자동차 운송 전용 철도 차량 부족 사태가 해상 수출입과 연계한 철도 운송 지연을 유발했다.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지난 6월 물류 병목 현상 등의 여파로 약 5만대의 차량 생산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포드 측은 “미국 동부 대신 서부 항만을 이용한 자동차 수출입 패턴 변화는 철도 차량 이동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철송 지연을 악화시켰다”며 “새로운 오토렉 제조에 2~3년이 소요되기에 물류 차질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75% 이상이 철도를 통해 운송되고 있으나, 팬데믹 이후 차량 생산 급증에 따른 운송 수요에 비해 운송 능력은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선 육상교통위원회 등 관련 정부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철도 서비스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회복탄력성 확보를 위해선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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