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 09:05

‘美 주도’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中일대일로 견제 나선다

해상→철도→해상…장단점 뚜렷해 성공가능성 갑론을박


인도에서 중동을 지나 유럽을 잇는 새로운 운송루트가 등장해 주요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규 공급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견제할 수 있어 미국 정부가 전폭 지지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EU)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이 경제회랑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은 인도와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동부 회랑, 페르시아만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부 회랑 등 2개의 물류루트로 구성된다. 인도와 UAE는 바다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은 철도를 거쳐, 다시 해상으로 그리스로 들어가 유럽시장에 도달한다.

회랑엔 이스라엘의 하이파와 그리스의 피레에프스항이 포함될 전망이다. 인도와 중동 국가는 아직 구체적인 지역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주요 3대 항구인 자와할랄네루(뭄바이), 문드라(구라자트), 칸들라(구라자트)를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뭄바이 신항만 개발, 칸들라 컨테이너 터미널 설립, 자와할랄네루항 확장 등을 추진해 국제무역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와 유럽 간 물류는 일반적으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데, 이는 전 세계 무역의 약 13%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대체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졌다. IMEC 참여국은 철도를 앞세운 새로운 공급망이 해상운송 경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철도 연결로 교역 속도를 40% 이상 높일 것”이라고 평했다. EU 집행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비용을 30% 절감하고 시간도 2일 단축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백악관은 양해각서를 통해 아시아 페르시아만 유럽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해상과 육로를 보완하기 위해 효율적인 환적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철도가 포함되는 지역엔 전기·디지털 연결 케이블과 청정수소 수출 파이프 등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효율성 제고, 비용 절감, 경제 통합,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효과를 기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MEC 발표 행사에서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빅딜”이라며 적극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 정부는 실질적인 이익보단 중국을 견제하고자 다국적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는 평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동환 연구원은 최근 유럽 물류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IMEC와 관련, “주요 참여국이 대부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라면서 “일대일로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도 외신은 IMEC 구상이 일대일로 10주년 포럼 개최를 한 달 앞두고 발표된 것과 신규 회랑에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된 것에 주목했다. 최근 중국이 중앙아시아-유럽을 철도로, 동남아시아-인도-아프리카-유럽을 해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이란과 사우디 관계를 중재하면서 중동까지 힘을 쏟고 있어 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KMI 김 연구원은 “단기간 내 수에즈 운하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다만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임을 언급하면서, “참여국 간 지리적 특성 고려, 내륙 연결 통합 물류시스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IMEC는 지정학적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상, 철도, 해상 운송으로 이어지는 환적 루트에 의구심을 표했다. 영국 해양컨설팅사 드류리마리타임어드바이저의 자옌두 크리슈나 부국장은 “기존 루트에 비해 경제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수에즈 운하를 대신한다면 가뭄 중엔 도움이 되겠지만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변국인 튀르키예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회랑이 튀르키예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형태이며 이스라엘과 그리스를 지나는 항로가 그리스-튀르키예 분쟁 해역을 통과한다는 주장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튀르키예 없이 회랑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경제회랑의 성공 여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 올해 초 양국은 미국의 지원으로 외교관계 정상화 회담을 시작했으나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시작되면서 사우디 측이 협상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11월 중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기로 한 경제회랑 회의도 당분간 지연될 전망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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