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0 09:07

러·우 전쟁에 카자흐 경유 대륙철도망 급성장

중국·중앙亞발 물동량 80% 카자흐 거쳐…물동량도 두배 이상 증가


카자흐스탄이 팬데믹 이후 물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물류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동환 전문연구원은 유럽 물류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아시아-유럽 간 수출입 공급망 다변화와 위기 관리를 위한 대체 운송 경로로,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중앙회랑(미들코리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중앙회랑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을 거쳐 카스피해를 경유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무역로”라며 “러우 전쟁, 항만 혼잡 등 기존의 해상 운송 경로가 불안정한 가운데 아시아-유럽 간 최단 경로로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중앙회랑은 해상운송 대비 물동량 규모가 작고 비용이 높은 단점에도 기존 해상 운송보다 짧은 리드타임과 탄소배출량 저감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특히 전 세계 주요국들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지난 2020년 철도물류 수송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릴 것을 약속했다. 향후 탄소 배출이 적은 철로와 수로로 운송 수단을 대폭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중앙회랑을 활용한 물류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 중 규모가 가장 큰 카자흐스탄의 지리적 입지가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다”며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 거점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교통과 물류 경쟁력도 뛰어난 편에 속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물동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중앙아시아발 화물의 약 80% 이상이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걸로 파악됐다. 지난해 이 물류 운송 경로를 이용한 물동량은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2.5배 늘어난 150만t에 달했다. 

유라시아 국가와의 수출입이 증가하면서 카자흐스탄 내 외국인 투자도 크게 성장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약 280억 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며 “이는 카자흐스탄 물류 시장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이며, 향후 물류기업들의 사업 진출과 물류 서비스 범위 확대 등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도 수출입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항만을 비롯한 내륙 물류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주변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카심-조마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직접 물류 인프라 구축 사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현재로선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를 잇는 물류 운송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결과 카스피해 인근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악타우(Aktau)와 쿠리크(Kuryk)항의 신규 터미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7년 뒤인 2030년에 완공 예정이다.

또한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접경지역인 호르고스(Khorgos)과 키르기스스탄 알라타우(Alatau) 등 국경 지역 내 물류단지를 조성하고, 카자흐스탄 우랄스크공항 내 유라시아 글로벌 무역센터 설립을 통해 주변국과의 수출입 규모를 더욱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싱가포르 항만 운영사 PSA는 지난 5월 카자흐스탄철도청(KTZ)과 손잡고 합작회사인 ‘KPMC’를 설립했다. PSA는 KPMC를 통해 중국과 유럽을 잇는 중앙회랑 노선을 활용한 철도 화물 사업을 강화하고, 러시아를 경유하는 대체 운송 경로를 확보하고자 한다. 그간 러시아는 중국-유럽 전체 철도 화물의 95%를 수송해 왔다. 다만 러·우 전쟁 이후 대부분의 유럽 수출입 기업들이 러시아를 경유하는 북부 운송 경로 이용을 꺼리면서 운송 시간이 길어지는 등 물류 차질을 빚었다.  

다국가 경유 등 중앙회랑 철송 변수도 많아 

다양한 국가를 거치는 중앙 회랑 철도 운송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감지됐다. 중국-유럽 간 철도망은 다국가를 경유하는 특성상 지정학적 복잡성을 지녔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낙후된 물류 인프라와 국가별 상이한 관세 구조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급망 정상화와 해상 운임 약세도 철송 경쟁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많은 물류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물류 공급망 대란과 높은 해상 운임 추세에 해운의 대체 운송 수단으로 철송을 이용해 왔다. 다만 올해 들어 공급망은 정상화됐고, 해상 운임도 계속 약세를 띠면서 철송으로 쏠렸던 관심이 다시 해운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해운 전문지인 저널오브커머스(JOC)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철도 컨테이너 운임이 해상 운송보다 5배 이상 높은 데다 수요 부진으로 아시아를 떠나는 선박의 화물량도 여유롭다고 보도하며 해운 경쟁력이 철송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음을 시사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상 운임 지수도 올해 9월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900포인트(p)선이 무너졌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월 넷째주(28일) 886.85p를 기록, 전주 911.71p 대비 2.7% 떨어졌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I)도 올해 9월까지 8개월 연속 ‘0’을 순회하며 공급망 정상화 추세를 이어갔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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