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6 09:30

판례/ 외국선원은 누가 처벌하는가?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부산고등법원 판결
 
사건 2015노384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선박교통사고도주) 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다. 해양환경관리법위반 
피고인 1. 가.나.다. 2. 가.나.다. B 
항소인 검사 김O진(기소), 유O열(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C 담당변호사 D(피고인들을 위해)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5년 6월12일 선고 2015고합52 판결
판결선고 2015년 12월16일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아래와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이 피고인들에 대해 형사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피고인들에 대해 재판권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업무상과실치사 후 도주의 점 및 각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했다.
 
1) 유엔해양법협약(이하 ‘해양법협약’이라 한다) 제97조 제1항 적용 배제
① 해양법협약 제97조 제1항은 비난가능성이 높은 고의범에는 적용되지 않고 과실범에만 적용되는 점, ② 해양법협약의 입법 취지는 각국 선사들의 정상적인 항해에 대한 연안국의 불합리한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것인데, 도주선박죄는 선박충돌 사고와 달리 정상적인 항해에 일상적으로 수반되거나 예측 불가능한 사고라고 볼 수 없는 점, ③ 수난구호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 등 관련 국내법규도 도주선박죄를 선박 충돌사고와 별개로 처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치사 후 도주의 점에는 해양법협약 제97조 제1항의 적용이 배제되고, 객관적 영토주의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기국 및 가해국의 재판관할권 포기
설사 가해 선박 F(이하 ‘F’라 한다)의 기국 라이베리아 및 피고인들의 국적국 필리핀에 형사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① 라이베리아는 대표적인 편의치적국으로서 현재 형사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의지나 여력이 없고, F와 진정한 관련성이 없어서 해양법협약에 따르더라도 실질적인 형사재판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필리핀의 경우 대한민국이 피고인들을 긴급체포한 이후 형사절차 진행 상황을 필리핀 대사관으로 통보했음에도 현재까지 재판권 행사를 주장하지 않고 있으며, 형사사법공조 양자조약에 의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필리핀에 피고인들의 형사처벌을 요청할 근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라이베리아와 필리핀은 묵시적으로 재판권 행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대한민국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선고 형량(각 벌금 200만 원)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는 라이베리아 국적 컨테이너선인 F(54,271톤)의 2등 항해사이고, 피고인 B는 위 선박의 조타수로서, 피고인들은 항해 당직표에 따라 매일 00:00경부터 04:00경까지, 12:00경부터 16:00경까지 위 선박의 항해 당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피고인들은 2015년 1월16일 03:00경 부산 수영구 민락동 동방 10마일 해상에서 위 선박을 침로 239도, 속력 14노트로 운항해 부산 남외항 N-5 묘박지를 향해 항해하게 됐다. 당시는 야간이고, 위 선박 전방 우현 2시 방향, 약 8마일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어선인 G가 약 8노트에서 14노트로 운항하며 조업 중에 있었으므로 2등 항해사로서는 선박 충돌의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육안 및 레이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계를 하고,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거리를 두고 조기에 변침 및 감속을 하거나, 음향 신호, 발광신호, 통신기기 등을 이용해 상대 선박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등 선박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조타수로서는 항해사를 보좌해 육안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위 선박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항해사가 충분한 시간과 거리를 두고 선박충돌 방지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인근 선박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보고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타수인 피고인 B는 전방 경계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위 선박 전방 우현 2시 방향, 약 8마일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약 8노트에서 14노트로 움직이고 있던 G가 멈춰있는 것으로 오판하고 두 선박 충돌 전 충분한 시간과 거리를 두고 항해사에게 선박의 움직임을 보고하지 않았고, 2등 항해사인 피고인 A는 F 챠트룸에서 항해 관련 서류를 작성하느라 전방 경계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위 선박 전방 우현 2시 방향, 약 8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약 8노트에서 14노트로 움직이고 있던 G가 멈춰있는 것으로 오판하고 약 300미터 전방까지 두 선박이 근접할 동안 선박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변침 및 감속을 하거나 음향신호, 발광신호, 통신기기를 이용한 주의 환기를 실시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G를 들이받아 G에 승선하고 있던 피해자 K(57세), L(50세)를 해상에 추락시키고도 신속히 구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가 위 피해자들을 실종되게 했고, K 소유의 위 G를 그곳 해상에 매몰되게 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피고인들에 대한 각 업무상과실치사 후 도주의 점 및 각 업무상과실선박매몰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해양법협약 제9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선박의 충돌 또는 선박에 관련된 그 밖의 항행사고”에 포함돼 우리나라에 재판권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1호에 의해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했다. 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2는 ‘선박의 교통으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일 것을 구성요건 중의 하나로 정하고 있어 그 문언 자체로 선박의 충돌 또는 항행사고에 관한 형사처벌임이 드러난다. ② 형사재판관할권에 관한 국제법상 흐름에 비추어 보더라도, 공해상의 항행사고에 관해 M 사건에서의 객관적 속지주의에 대한 비판 및 반성적 고려에 따라, 해양법협약 제97조 제1항이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은 가해선박의 기국 및 선장 등 승무원의 국적국만이 물을 수 있게 한 것에 비추어 보면, 선박의 충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구호의무위반에 대한 형사책임을 위 협약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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