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2 13:10

“2040년 국적 외항선 해기사 5000명 부족”

“해기사 줄면 한국해운 全부대업에 악영향”
해사포럼, 해기인력 수급 토론회 개최


우리나라 외항 선원이 2040년이면 5000여명이 부족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한국해사포럼 토론회에서 한국해대 신용존 교수는 “외국 인력을 고용한다고 가정해도 국적 외항선의 부족 인력은 2023년 1227명에서 2030년 2925명, 2040년 4753명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인력을 충원하지 않을 경우 한국인 해기사 부족 난은 더욱 심화돼 향후 1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업계에선 10년 뒤 선원이 없어 외항선 절반 이상이 운항에 차질을 빚을 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교수는 “외국 인력 고용을 제외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인 해기사 부족 인력은 2023년 4633명에서 2040년 1만893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존 한국해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인 해기사가 줄어들면 우리나라 해운시장에 전방위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 교수는 “승선 경력 해기사가 줄어들면 선사 육상직, 선박관리산업, 해운대리점업, 컨테이너터미널, 항만하역업, 항만운송업, 예선업, 도선업, 조선업, 조선기자재업, 수리조선업, 선박검사업, 해사중재업, 해운항만공기업,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등에서 공급원이 끊겨 해운업 전체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해기인력 취업후 5년내 육상직 이직률 80% 육박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높은 이직률과 소득 증대, 초고속 통신망 구축 등 선원 확보와 관련한 주요 쟁점이 논의됐다. 

해기사의 높은 초기 이직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양대학과 해사고등학교 등에서 매년 약 1500명 이상의 해기사가 공급되고 있지만, 취업 후 5년 내 육상직 이직률이 78%에 달한다. 경력 연수가 높아지면서 이탈자가 나오다 보니 관리자급 해기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존 교수는 “고급사관으로 올라갈수록 이직률이 높아져 중간이나 상위레벨 사관의 인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휴가 현실화 등 육상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근무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이게 다 비용으로 연결되는 문제라 기업은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어 노사 합의와 비용 주체 선정 등을 현실적으로 타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리자급 해기 인력의 이탈이 해운시장 부대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박관리산업협회 안정호 부회장은 “해기사 허리 위치가 없어지고 있다 보니 육상직 간부들을 찾을 수 없어 난리 난 상황”이라며 “육상관리회사, 선용품 등 모든 부대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심각하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부회장은 “공무원으로 채용할 시 장기 승선할 때 가점 부여제도 등 장단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한종길 성결대 교수, 신용존 한국해대 교수, 원민호 해운협회 이사, 안정호 선박관리산업협회 부회장, 손정현 해기사협회 상무, 황진회 KMI 연구위원, 김진권 한국해대 학장, 안준영 해수부 서기관


선원 매력화를 이뤄내려면 급여 개선과 휴가 지정 등 처우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선원 급여가 10년 전엔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면 지금은 100만원 이하로 떨어졌을 정도로 육상보다는 높지만, 차이가 크게 줄었다”며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 처우개선을 선주 측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권 해양대학교 해사대학 학장은 “예전에 비해 근무 환경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협소하고 비좁은 휴식 공간을 갖춘 배가 많다”며 “배를 타면 선원들이 약 6~8개월 근무하는데 일자리와 휴식 공간이 함께 있는 배의 시설을 투자를 통해 개선한다면 더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현 해기사협회 상무는 “급여 문제도 있지만 원하는 시점에 자신의 휴가를 쓸 수 있는 걸 선원들이 선호하고 있으며, 해사 경력이 육상으로 연계 잘 안돼 배를 타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력 인정과 더불어 육상과 해상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박 내 초고속 해상 인터넷망 도입을 둘러싼 논의도 활발히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정부와 해운업계는 미국 기업인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망사업인 ‘스타링크마리타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링크 도입으로 기존 선박용 인터넷 대비 약 5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해 청년 선원들의 승선 기피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안준영 해양수산부 서기관은 “요즘 외항선원들에게 인터넷 사용은 공기이자 생존권과 같다”며 “기업들과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 우리나라에서도 (스타링크) 서비스가 선박부터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안정호 부회장은 “젊은 선원의 유인책으로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는 건 찬성한다”면서도 “선박 안전관리나 통신 설비로 적합한지 검토 또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석 해사포럼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정병석 해사포럼 회장(김앤장 변호사)은 환영사에서 “중소 선사의 경우 선원 문제로 해운업을 접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포럼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정책에 반영돼 해기인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태 해기사협회 회장은 “협회는 이대로 가다간 골든타임을 놓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난해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를 구성해 싱크탱크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포럼에서 나온 고견이 해수부 선원 정책에 반영됨은 물론 후배들이 추진하는 해기전승을 위한 정책 방향에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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