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선박왕인 이단 오퍼(Idan Ofer)의 계열사인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쉬핑(EPS)이 탄소 규제에 대응해 대체 연료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추진 선박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EPS는 우리나라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중국선박그룹(CSSC), 독일 선박 엔진 제조기업인 만에너지솔루션과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개발에 제휴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 미국선급(ABS)과 암모니아 연료를 때는 가스 운반선을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영국 해운전문지인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사는 만에너지솔루션에서 2024년까지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을 개발해 2026년부터 충분한 수량을 납품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엔진 개발을 구체화한 EPS는 암모니아 추진선 신조에도 가속 페달을 밟는다.
이 선사는 현대중공업에 8만8000㎥급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4척을 발주했다. 2척은 EPS가 직접 짓고, 나머지 2척은 그리스 캐피털가스가 신조하고 EPS가 운영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척당 1억1640만달러, 인도 시기는 2027년 하반기다. 신조 계약엔 옵션 2척이 포함돼 발주 규모는 최대 6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선사는 또 CSSC 자회사인 장난조선에 9만3000㎥급 VLAC 2척을 발주했다. 선가는 척당 1억1000만달러, 납기는 2027년 상반기로 파악된다.
이와 별도로 중국 CSSC의 또다른 자회사인 칭다오베이하이(靑島北海)조선에 암모니아를 때는 21만t(재화중량톤)급 뉴캐슬막스 벌크선 3척을 발주했다. 이 선박이 운항에 들어가면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추진 벌크선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조선은 갑판실 양쪽에 3000㎥ 규모의 암모니아 연료탱크를 각각 1개씩 장착한다. 신조 계약엔 옵션 3척이 포함돼 있어 이 계약 역시 최대 발주 규모는 6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암모니아 엔진 개발과 암모니아 추진선 발주 협약은 모두 지난 5일 열린 가스텍 2023 행사장에서 이뤄졌다. EPS는 이로써 신조 암모니아 추진 선박 9척을 확보했다. 옵션분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14척에 이른다.
아울러 싱가포르 선사가 신조를 확정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은 이번에 발주한 6척을 포함해 총 10척으로 늘어났다. 이 선사는 지난 5월에도 장난조선과 9만3000㎥ VLAC 4척의 신조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조선소에 처음으로 가스선 신조를 맡긴 바 있다. 4달 전 발주한 선박은 LPG 이중연료 엔진을 장착할 예정으로, 납기는 2026년 하반기 1척, 2027년 상반기 3척이다.
EPS를 비롯해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라인, 영국 선주사 조디악을 소유한 이단 오퍼는 국제사회의 탈탄소 정책으로 암모니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대규모 발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암모니아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향후 해운 시장의 주력 연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연간 수요량은 1억8000만t 정도로, 이 중 2000만t이 해상으로 수송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3만~4만㎥급 중형 가스선으로 수송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날 경우 선박도 대형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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