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50억4000만달러(약 6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대만 증시 공시에 따르면 에버그린은 1만6000TEU급 메탄올 연료 추진선박 24척을 우리나라 삼성중공업과 일본 이마바리조선,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합작 설립한 니혼십야드(NSY)에 나눠 발주했다.
24척 중 16척을 우리나라가, 나머지 8척을 일본이 건조한다. 이들 선박은 2027년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에버그린이 메탄올 연료 추진선박을 발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 이상의 대형 투자다.
척당 건조 단가는 1억8000만달러~2억1000만달러(약 2300억~2700억원), 총 투자액은 43억2000만달러~50억4000만달러(약 5조5000억~6조4000억원)다.
당초 낮은 임금과 저렴한 원자재 가격을 앞세워 저가 수주를 벌이고 있는 중국 조선소가 계약을 따낼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에버그린의 선택은 우리나라와 일본 조선소였다. 중국의 정치·경제 및 지정학적 위험을 이유로 두 조선소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에버그린이 응찰을 5월 중순 마친 뒤 건조 야드 후보가 지난달 일본과 여러 한국 조선소로 좁혀졌다. 중국 조선소는 최종 후보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에버그린의 발주잔량은 어느새 80만TEU를 웃돌게 됐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7월17일 현재 에버그린의 보유 선복량은(용선 포함)은 167만4000TEU로 세계 6위를 마크하고 있다.
자사선 126척(95만2200TEU)과 용선 87척(72만1000TEU)을 포함해 총 213척의 선대를 거느리고 있다. 발주잔량은 84만TEU(72척)로 전체 선대 규모의 50.2%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아시아 지역에서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발주처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영국 로이즈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에버그린으로 알려졌다.
수주 금액은 3조9593억원으로, 단일 선박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척당 단가는 2475억원이다. 이는 지난 해 6월 삼성중공업이 세운 종전 최대 기록, 3조3310억원(LNG 운반선 12척)을 경신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으로 올해 수주 실적을 총 25척, 63억달러로 늘리며, 단숨에 연간 수주 목표 95억달러의 3분의 2(66%)를 달성했다. 수주 잔고도 336억 달러로 늘어 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로 선박 대체연료 추진 제품군을 LNG에 이어 메탄올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해 향후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의 수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탄탄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하반기 발주가 예상되는 LNG운반선와 FLNG 프로젝트를 수주한다면, 3년 연속 수주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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