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5 09:11

30년 노하우 앞세워 방글라데시 물류시장 개척 고삐

위클리이사람/ FELB코리아 박경희 대표
방글라 정부사업 프로젝트물류로 경쟁력 인정받아
물류 안정화·고객 다각화 달성 목표
▲박경희 대표가 방글라데시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방글라데시 물류하면 저희를 따라올 기업은 없다고 봐야죠.” 

올해로 창립 15돌을 맞이한 국제물류주선업체 FELB코리아는 방글라데시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다. 우리나라와 방글라데시를 오가는 화물을 해상운송과 통관 육상운송을 거쳐 고객 문전까지 배송하는 일관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33년을 일본 이토추로지스틱스의 한국사무소에서 보낸 뒤 지난 2020년 FELB코리아에 합류한  박 대표는 우리나라와 방글라데시를 연결하는 물류 판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모든 화물을 빠르고 안전히 실어 날라 기업들의 방글라데시 진출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한다는 각오다.

다카사무소 가동…韓-방글라 가교 역할 ‘톡톡’

FELB코리아의 방글라데시 진출은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30여 년 물류 외길만 걷던 박 대표가 방글라데시와 인연이 닿은 건 2011년이다. 휴가차 첫 방문한 방글라데시는 잠재 성장력이 매우 높아 보였고, 박 대표는 언젠가 이곳에 물류서비스를 개척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매년 방글라데시를 찾았고 FELB코리아가 2019년 수도인 다카에 사무소 문을 열면서 박 대표는 물류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카사무소엔 박 대표를 포함해 7명의 직원이 상주해 있다. 어렵게 시간을 내 한국을 찾은 박 대표. “365일 중 340일은 방글라데시에 있을 정도로 매우 바쁘다. 사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이곳에 있을 예정이다.”

방글라데시 물류시장은 박 대표에겐 ‘블루오션’이나 다름없다. 1억7000만명의 세계 8위 인구 대국에다 인구의 70%가 35세 이하로 젊다. 정부가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인 데다 주변 국가인 미얀마와는 달리 정세가 안정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 때문에 방글라데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주요 투자 대상국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누적 승인실적 3위의 중점 지원국이다. 그간 한국은 방글라데시 교통·보건·교육 등 주요 분야 30개 사업에 총 17억1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를 지원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5.5%인 방글라데시의 경제 성장률이 내년 6.5%에 이어 2028년 7%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성장률에서 2024년 세계 2위, 2028년 세계 1위를 각각 차지할 거란 전망이다.

전망이 밝다 보니 우리 기업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졌고, 궤를 같이해 FELB코리아는 방글라데시 물류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글라데시 지원 사업인 정보통신기술(ICT) 교육훈련센터 건립, 지능형 교통체계 설비 구축 사업, 해상안전운항시스템 구축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한 프로젝트 물류를 수행 중이거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 자금력이 풍부한 일본국제협력단(자이카)과 연계한 프로젝트 물류도 병행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40t 중장비를 적재·항해하는 바지선, FELB코리아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물류, 해안 백사장에서 악조건을 딛고 운송 중인 모습.


까다롭기로 소문난 인도보다 더하다는 방글라데시 물류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는 건 박 대표의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추진하는 SOC 사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 등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운송되는 품목은 중장비, 플랜트 등이 대부분이다. 

현지 항만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 보니 박 대표는 현장을 수시로 다니면서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물류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무인도 정글 등 물류 인프라가 전무한 오지에 바지선을 활용해 중량물 등의 화물도 성공적으로 실어 날랐다. 국제운송은 포워더들이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에서 프로젝트 물류를 수행하려면 물류 노하우와 시간, 주변 환경 등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견해다. 

이 밖에 3PL(3자물류)·4PL(4자물류), 무역법인 설립에 따른 무역 대행 업무와 물류컨설팅 등을 수행하며 우리나라와 방글라데시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진출 당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 대부분이다.

“중국 기업의 진출이 늘어서 그런지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만들어 돈을 요구하는 방글라데시 통관 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여러 국가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철저히 대응한 결과 쉽지 않았던 통관 문제 등을 풀어낼 수 있었다.”

 
▲화물 운송 전 도로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FELB코리아의 또 다른 강점은 일본 이토추로지스틱스의 한국대리점을 단독으로 맡아 광범위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1961년 설립돼 월드와이드 네트워크를 갖춘 이토추로지스틱스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동남아시아·미국·멕시코·핀란드·독일 등을 연결하는 FCL(만재화물)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또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등의 서비스도 제공해 해운이나 항공 중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했던 화주들로선 운송루트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한국-동유럽 간 철도운송 서비스를 2010년 최초로 개발, 블록트레인 서비스를 시작했던 장본인이기도하다.

 
▲박경희·이희재 각자 대표


향후 韓-방글라 LCL 서비스 개시

박 대표는 향후 선결 과제로 방글라데시 물류 안정화와 고객 다각화를 꼽았다. 다카사무소를 활용한 영업력 강화에 속도를 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기업의 방글라데시 진출을 돕겠다는 목표다. 또 한국발 FCL 사업이 순항하게 되면, 향후 LCL(소량화물) 서비스도 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현재 대리점 업무를 맡고 있는 이토추로지스틱스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발 방글라데시행 서비스도 함께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방글라데시 물류 거점을 안정시킨 후 서남아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물류 만족도가 낮은 방글라데시에 이토추의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다. 일본 기업은 보통 리스크에 민감한 편이라 이토추에 몸담은 경력을 바탕으로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 사업 활성화도 박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농수산물이 풍부한 방글라데시는 신선식품 부패가 심해 음식물쓰레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름철 컨테이너 온도가 80도까지 치솟는데 보관할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신선식품의 부패율이 높다. 

“더운 나라이고 폐기되는 농수산물이 상당한데 콜드체인에 투자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발전 가능성은 크지만,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연계 사업을 찾으려고 한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과 제휴하는 등 중장기적 비전 사업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끝으로 박 대표는 모처럼 한국을 찾아 취미인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며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주변 환경이 열악하고 공기가 좋지 않은 방글라데시지만 비즈니스는 여기서 해야 한다는 믿음이 확실하다. 이곳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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