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MC, “수송계약 미이행” 머스크 자회사에 125억 배상명령

 

덴마크 컨테이너선사 머스크의 독일 자회사인 함부르크수드가 화주에게 120억원을 배상금을 물게 됐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 상황에서 자국 가구 수입업체인 OJ커머스와 체결한 수송 계약을 거부한 혐의로 피소된 함부르크수드에게 984만달러(약 125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배상금액은 미 개정 해운법(OSRA 2022)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2021년 12월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둔 OJ커머스는 함부르크스드와 미국법인 함부르크수드노스아메리카를 상대로 1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수송 계약 이행을 거부하고 컨테이너 박스를 장치장에 초과 보관하면 내는 체화료(디머리지)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이유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에도 가격 폭리, 담합, 계약 위반 혐의로 같은 선사를 추가 고소했다. 소장에 따르면 미국 화주는 선사와 2020년 6월부터 2021년 5월까지 1년간 40피트 컨테이너(FEU) 200개를 중국·베트남 항구에서 남캘리포니아 창고로 수송하는 내용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운임은 1800달러였다.

하지만 2021년 4월 선사 측은 선복 부족을 이유로 들며 계약한 요율로 수송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화주가 계약 위반 사항을 FMC에 제소하겠다고 압박하자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원고 측은 함부르크수드가 자사 화물 185개만 수송하고 체화료 4만680달러를 부당하게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함부르크수드는 소송이 진행되자 문제가 된 체화료를 전액 환불했지만 수송 거부에 대한 처벌은 피하지 못했다. FMC는 선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보복 행위를 해 화주 측에 490만달러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법 행위가 고의로 이뤄졌다고 보고 피해액보다 2배 많은 배상금을 물렸다. 선사 직원들이 주고받은 전자우편에서 잠재적인 소송 위험에 대응해 OJ커머스와의 거래를 끊기로 결정한 내용이 발견됐다.
 
FMC는 개정 해운법이 발효된 뒤 코로나 기간 동안 발생한 선화주 분쟁에서 화주 측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독일 컨테이너선사인 하파크로이트에 200만달러의 과징금(civil penalty)을 부과하고 올해 1월 MSC에 94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만 완하이라인과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과 4월 나란히 95만달러와 170만달러의 과징금을 받아들었다.
 
지난해 6월16일 공포된 오스라2022는 선사에게 체화료와 체선료를 법률에 근거해서 부과하도록 하고 보복적인 선적 제한 조치도 금지했다. 부당한 비용 부과가 드러나면 해당 운송사는 과징금을 무는 것뿐 아니라 받은 비용을 환불해야 한다. 운임 부과 문제로 화주와 선사가 소송을 벌이게 되면 입증 책임을 화주가 아닌 선사에게 지운 것도 큰 특징이다.

새로운 규제에 대응해 컨테이너선사들 사이에선 항만 터미널이 폐쇄된 기간 동안엔 지체료 부과를 중단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