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9 17:16

美 서안항만 ‘파업’ LA·롱비치항 물류차질…단체협상 난항

캐나다 항만노조도 파업 여부 투표


미국 서안 항만에 파업이 발생하면서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해운항만 사용자단체인 태평양해사협회(PMA)와 외신에 따르면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일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파업은 오클랜드항과 터코마항 와이니미(Hueneme)항 등 다른 서안 항만에서도 동시에 발생했고 닷새 이상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롱비치항에 위치한 TTI 터미널은 5일 운영을 취소하고 폐쇄 조치를 내렸고 터미널 폐쇄는 이튿날까지 이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PMA는 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노조 지도자들이 항만 터미널에 인력 파견을 거부하거나 운영을 지연하고 근거 없는 건강·안전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진 세로카 LA항만청장은 8일 “선박 입항 지연은 해결됐지만 현장 인력 부족으로 화물이 빠르고 원활하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미국소매업협회는 물류 혼란을 우려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노사 협상을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철도 노조 분쟁에 개입해 중재 역할을 한 바 있다. 

이번 파업은 노조가 제안한 임금 인상을 사용자 측이 거부한 게 발단이 됐다.

노조는 선사와 항만 터미널이 팬데믹 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냈다는 점을 들어 6년의 계약 기간 동안 매년 시급을 7.5달러씩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계약 기간으로 환산한 임금 인상률은 두 배(100%)에 이른다. 

ILWU 윌리 아담스 위원장은 “팬데믹 기간 동안 노조원의 희생으로 항만 운영사들이 5100억달러(약 650조원)를 웃도는 이익을 냈다”며 높은 임금 인상 요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과거 20년간의 임금 인상폭이 시급 0.5~1.5달러였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ILWU는 미 서안 29개 항만에서 일하는 노동자 2만200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고 PMA는 서안 항만 터미널 운영사와 터미널을 이용하는 선사 등 70개 기업을 대표한다. 노사는 지난해 5월20일부터 새로운 단체 협약을 체결하려고 협상에 돌입했지만 아직까지 타결을 짓지 못하고 있다. 기존 단협은 지난해 7월1일 만료됐다. 

올해 2월23일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희망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5월에도 큰 쟁점 중 하나였던 항만 자동화 부분에 잠정 합의를 이루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노조의 실력 행사로 또 다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지난 4월에도 24시간 조업 중단 카드를 꺼내들어 사용자 측을 압박했다. 4월6일 저녁부터 7시까지 24시간 동안 노조가 조업을 거부하면서 LA항의 7개 부두와 롱비치항에서 6개 부두 중 4개 부두가 폐쇄된 바 있다. 

캐나다 서안항만 노동조합인 캐나다 ILWU는 8~9일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혀 서안 항만 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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