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조직 슬림화와 선박 검사 체계 개편, 해양교통방송 계획 등의 경영 방침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취임 3개월 만에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1월부로 공단 조직을 5본부 24실에서 4본부 14실 체제로 개편한 소식을 전했다. 조직 개편으로 20곳이었던 지사 수도 18곳으로 줄었다. 서울과 속초가 각각 인천지사와 동해지사 산하 출장소로 격하됐다. 실과 팀 지사 등을 모두 합친 전체 조직 수는 74개에서 55개로 19개 감축됐다. 그에 맞춰 정원도 545명에서 535명으로 10명 줄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저조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을 개선하는 해법으로 직원과의 소통 강화를 들었다.
2020년 B등급이었던 해양교통안전공단의 경영평가 성적은 2021년 D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는 최하위 등급인 E를 찍었다. 지난 1월 말 발표된 종합청렴도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아들었다.
김 이사장은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을 소통 부재에서 찾았다. 직원이 급격히 늘어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과 새롭게 들어온 직원들이 한 가족으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2019년 공단 발족 이후 인력이 300명에서 600명으로 두 배 늘어났다. 39세 미만의 젊은 직원이 60~70%가량 된다. 조직이 갑자기 커졌지만 운영은 이전 체제로 되고 있다.
선박 검사가 중점 사업일 때 있던 인력과 새로 들어온 인력의 의사 소통 문제 등으로 경영평가 점수가 나빠졌다. 청렴도 중 외부 청렴도는 높은데 내부 청렴도가 낮다. 직원들의 조직 만족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MZ세대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소통을 강화하고 직원들에게 미래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6개월 또는 1년 내에 획기적으로 나아지긴 힘들다. 2~3년으로 크게 봤을 땐 발전할 수 있다.”
MZ세대 소통강화로 직원 만족도 제고
김 이사장은 아울러 조직을 확대하는 구상도 내비쳤다. 해양수산부에서 위탁받아 수행하는 용역 사업이나 연구개발 등을 정규사업화할 경우 조직도 동반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정보 제공 사업은 조직 확대의 중요한 키워드다. 공단은 향후 3년간 해양교통안전지수, 실시간 해상 교통 정보, 선사·선박 안전 관리 정보 등 15개 이상의 해양 교통 안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그는 향후 5년 내 인력이 1000명을 넘어서는 등 해수부 공공기관 중 가장 큰 조직으로 도약할 거라고 확신했다.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열심히 하면 현 조직보다 30~40% 더 할 일이 많아질 거라 본다. 한국형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사업도 현재는 단순 위탁사업이지만 법에 맞춰서 상설 조직화할 가능성이 높다.
육상에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이 있지 않나. 이 둘을 합친 해양 조직이 해양교통안전공단이다. 그래서 이름을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바꾼 거 아닌가?
교통안전공단은 (경북) 상주에 운전 체험장을 크게 만들어놨는데 우린 아직 안전 체험을 소프트웨어로 하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확대할 게 많다. 해수부나 기재부의 협조를 얻으려고 한다.”
김 이사장은 또 법에 명시된 방송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양교통안전공단법은 방송과 홍보를 공단 사업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역대 이사장들도 해양교통방송 추진 계획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송 사업은 뚜렷한 윤곽을 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 이사장은 당초엔 교통방송(TBS) 같은 지상파 방송을 생각했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효율성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인천에 지역방송국을 개설하는 데도 1000억원의 비용이 들고 인력도 50~60명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기본적인 사내 스튜디오는 갖췄지만 육상 교통방송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바다를 운항하는 분들에게 라디오로 음악을 틀어드릴 순 없지 않나?”
그래서 생각한 게 콘텐츠 공급이다. 공단은 과거 5~10년간 발생한 사고나 기상 정보, 선주의 사고 이력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를 토대로 세부 해역의 사고 유형과 현재의 교통량 등을 분석해서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작해 방송국을 통해 안내한다는 복안이다. 도로공사 교통방송이나 국립해양조사원 해양예보방송이 이 같은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직접 방송을 하기보다 콘텐츠를 만들어서 방송기관에 제공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인천 제주 같이 해상 여객이 많은 지역의 네트워크와 협업해서 정보를 안내할 수도 있다. 바다내비게이션이나 자체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활용해서 특정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에 해양 맞춤 정보를 송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협처럼 IPTV 방송도 검토하고 있다. 수협은 전국 수협공판장에서 IPTV를 틀어준다. 수협방송에 안전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연안여객터미널 등에 IPTV를 설치할 수 있겠지. 이후 자체 방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고 한다. 인천 등 특정 지역에선 지상파 방송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 확보다.”
선박검사, 찾아가는+찾아오는 서비스 병행
김 이사장은 선박 검사 시스템을 개편하는 내용도 전했다. 현행 찾아가는 선박 검사 서비스에 더해 검사 장소 지정 예약제를 병행 운영할 계획이다. 어선을 지정 검사소로 불러 검사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기능을 하게 될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가 올해 상반기 중에 인천과 목포에서 완공된다.
“자동차 검사는 검사장에 차를 끌고 가지 않나? 선박은 다르다. 검사원이 조선소로 가거나 해당 어선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검사원 숫자에 비해서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다. 검사원 1명당 한 달마다 차량을 1000~2000km씩 운행한다. 스마트센터를 남해안과 동해안에 한두 군데 더 짓고 국가 어항에 검사장을 만드는 사업도 해수부와 협의 중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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