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만이 수출입화물의 99%를 처리함으로써 무역대국으로 부상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하고 세계 최고의 항만반열에 올라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항만이 외국의 경쟁항만에 비하여 형편없이 뒤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항만배후단지의 공급과 운영이다. 지난해 12월16일 해양수산부는 제4차 항만배후단지 종합개발계획을 발표하였다. 2030년까지 항만배후단지 개발에 2조279억원을 투자, 3,126만㎡를 공급하여 535만 TEU의 화물처리와 480개의 기업유치, 5596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항만배후단지란 항만기능을 지원하고 상품의 가공, 조립, 보관, 배송 등 복합물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역할을 담당하는 항만구역이다. 항만배후단지 개발계획은 항만법에 따라 해양수산부 장관이 수립하는 5년 단위의 법정계획으로서 전국의 무역항을 대상으로 계획적 공급 및 운영방향을 설정하는 계획이다. 이번 4차 계획은 2017년의 제3차 항만배후단지 개발계획면적 2,970만㎡보다 5.2% 증가한 것으로서 외국의 경쟁항만들에 비하여 극히 지지부진했던 항만배후단지 개발 및 공급의 문제점들을 나름 개선한 계획이다.
먼저 충분한 배후단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수요가 없는 2종 배후단지를 1종 배후단지로 전환하는 동시에 준설토 투기장, 기존의 산업단지 매입, 내륙부지 등을 항만배후단지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부산항과 인천항의 항만배후단지에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를 도입하고 울산항의 경우는 항만배후단지에 수소복합단지를 구축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만배후단지 개발과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고 있는바 2종배후단지의 경우 주거시설, 판매시설 등 법령에서 규정된 시설만 설치할 수 있었으나 향후에는 위험, 유해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동시에 2종 입지시설의 10년 양도제한 규정도 철폐하였다. 특히 그동안 금지되었던 입주기업의 물 류기업과 제조기업의 겸업을 허용하는 동시에 일정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출자자 지분변경도 허용함으로써 획기적인 개혁을 달성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항만배후단지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의 항만의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증대에도 어느정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항만배후단지는 세계 각국의 항만배후단지와 비교할 때 아직도 갈길이 한참 멀다. 무엇보다도 항만배후단지의 규모가 터무니 없이 적다. 입주기업의 수와 규모,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대단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하이항의 경우 배후단지 면적은 14,459만㎡로서 부산항(260만㎡)의 55배에 이르러 우리나라가 2030년에 공급하고자 하는 총면적 3,126만㎡보다 4.6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유치된 기업의 수도 12,266개로서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수 480개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상하이만 그런 게 아니다.
로텔담항의 경우 부산항보다 컨테이너 처리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부산항과 동일한 배후단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유치기업 3,559개에 부가가치 창출액이 무려 28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부산항 배후단지의 매출액 4.3억달러의 65배를 달성하고 있다. 두바이항의 배후단지는 5,700만㎡에 유치기업 7,500개, 싱가폴항의 경우는 64만㎡에 570개 기업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의 항만배후단지가 얼마나 낙후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항만배후단지 개발제도를 도입한지 이미 2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러한 초라한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의 항만개발이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만개발권이 지자체에 있는 일본, 중국, 미국, 유럽의 경우 항만배후부지의 확보, 공급하고 기업을 유치하는데 큰 장애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항만배후단지 개발권한이 해양수산부인 중앙정부에 있는 반면에 지자체는 육상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항만과 항만배후단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항상 바다를 매립하여 항만과 배후시설을 구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육상의 토지를 절대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항만공급비용이 외국에 비하여 터무니 없이 비싸게 되고 입주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과도한 임대료를 부담하게 된다. 항만개발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게도 조금은 나누어 주어야 항만개발과 배후단지 공급이 글로벌수준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항만배후단지 공급 및 운영이 글로벌 경쟁항만들의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이고도 환골탈태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항만배후단지 수요예측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현재의 항만배후단지 수요는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 항만물동량 중 항만경유비율을 적용하여 배후부지 물동량을 산정한 다음 원단위를 적용하여 소요면적을 계산하고 있다. 이는 배후부지의 역할과 기능을 오로지 물류, 제조에 두고 있는 것으로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신기술 등장, 자동화, 인공지능화 등의 변화와 목하 진행중인 GSCM, GVC의 재편과정을 도외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항만배후단지가 달성할 비전과 목표부가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소요면적을 확보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항만배후단지가 국가경쟁력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면적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둘째, 항만배후단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단순한 항만물동량을 처리하기위한 복합물류기능에서 벗어나 항만배후부지의 최고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항만과 도시의 연계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기업의 GSCM핵심기지제공, GVC의 소부장 핵심기지 제공, 전시, 판매, 유통, 금융, 무역, 관광 등의 기능을 수용하여야 한다. 항만배후단지에 전철, 지하철, 고속철도, 고속도로 등이 연결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가 확보되어 우리나라가 필요한 글로벌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핵심산업공간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배후단지 기능에 추가하여야 한다
셋째, 항만배후단지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초장기적이고도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항만배후단지의 공급권한을 중앙정부와 항만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와 공유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매립을 통한 항만배후단지 공급으로 인한 지연과 비용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고 육상부지 공급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지역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 또한 항만배후단지의 공급방식도 공공개발외에도 신속한 개발과 임대를 위하여 이미 도입된 민간개발 방식을 조기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유휴화되고 있는 지방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및 농공단지 등을 합법적으로 항만배후단지로 전환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넷째, 항만배후단지 기업유치 방법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항만배후단지에 입주한 기업의 대부분이 단순보관기능을 지닌 창고물류업이라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항만배후단지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앵커기업을 유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지자체가 연합하여 기업유치전략을 마련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한국의 운명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반도체, 전자, 미래형 자동차, 중간재, 소비재의 생산기지로서의 항만배후단지로 탈바꿈을 위한 앵커핵심기업을 발굴하여 유치활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다섯째, 항만배후단지의 입주기업의 선호요인을 반영하여 분양가와 임대료의 인하방안, 물류비용의 절감, 통관 및 행정의 편의성, 세제 및 인센티브의 정비, 숙련 인력의 제공 등에 대한 종합적인 유치전략을 글로벌 항만경쟁차원에서 재구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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