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을 대폭 줄이는 강수를 뒀음에도 한일항로의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자 선단을 합리화해서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선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물동량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70만2900TEU를 기록, 2021년의 176만100TEU에서 3.2% 감소했다.
수출입과 환적화물 모두 후퇴한 실적을 냈다. 수출화물은 0.1% 감소한 34만1300TEU, 수입화물은 5% 감소한 31만6700TEU, 환적화물은 3% 감소한 104만4900TEU였다. 환적화물 중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이 2% 성장한 31만6000TEU를 기록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월간 실적 감소세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월간 물동량은 2월과 4월 5월 8월을 제외하고 모두 뒷걸음질 행보를 보였다. 특히 하반기에 약세가 표면화되면서 9월과 12월에 각각 14%대의 두 자릿수 감소율을 냈다.
올해도 수요 부진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선사들은 1기(1~2월) 선적상한선(실링)을 75%로 설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포인트, 전기(11~12월)보다 5%포인트 강화한 수치다.
공급을 바짝 줄였음에도 선사들은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10개 국적 선사 중 5곳에서 첫 두 달 실링에 도달하지 못했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 한일 무역 전쟁 이후 물동량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여파로 우리나라를 거쳐 중국을 왕래하는 물동량이 부진하다”며 “한일항로 물동량이 살아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국 경제와 소비 수요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새해 들어 피더화물이 반 토막 났다”며 “원양선사들이 한일 구간에서 자체 서비스를 늘리고 있어 국적 근해선사들 사이에선 피더 화물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임은 큰 폭은 아니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하는 한일 구간 운임지수(KCCI)는 20일 현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744달러를 기록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환산하면 382달러 수준이다. 처음 발표됐던 지난해 11월7일의 881달러에서 16% 떨어졌다. KCCI는 기본운임과 유가할증료(BAF) 통화할증료(CAF)를 합산해서 산출한다.
국적 근해선사들이 해양수산부에 공표한 부산발 일본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 한신(고베·오사카)행 기본운임은 TEU당 250~275달러 수준이다. 기본운임은 지난해 말 300달러 선이 무너진 데 이어 250달러 선도 위태로운 수준이다. 수입운임은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반기 별로 적용되는 유가할증료(BAF)는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245달러가 부과되고 있다.
물동량의 심한 부진으로 공급을 축소해도 운임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선사들이 공동운항 선단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현재 국적 컨테이너선사 10곳은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와 한신(고베·오사카) 구간에서 A·B·C 3그룹을 결성해 컨테이너선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이 중 B와 C그룹은 한신항로를 통합 운영함으로써 항비를 절감하고 있다.
일부 선사들은 해운 시황이 급격히 침체되는 상황에서 일본에선 게이힌과 한신, 우리나라에선 부산뿐 아니라 인천 울산을 아우르는 선단 합리화를 추진해 불황에 대비하는 한편 원양선사 진출에 맞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덴마크 머스크 자회사인 씨랜드와 프랑스 CMA CGM의 자회사인 CNC가 각각 신규 서비스를 취항하고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가 싱가포르 익스프레스피더스와 피더화물 수송 계약을 맺는 등 외국적 선사들이 한일항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국적 근해선사들에게 큰 위협 요소인 까닭이다.
올해는 국적 원양선사인 HMM마저 게이힌과 한신항로에 배를 직접 띄운다는 사업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운임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선단 합리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운항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한일항로의 공동운항이 수십년간 이어져온 데다 선사마다 일본 내에서 사용하는 부두가 다 달라 이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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