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물동량 감소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수요 침체가 본격화하자 한중 카페리선업계에서 여객 운송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운 불황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일항로처럼 한중항로에서도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양국 정부가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는 요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와 중국을 운항하는 15개 카페리항로에서 수송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62만2800TEU를 기록, 2021년의 67만1000TEU에서 7% 감소했다. 2021년 물동량이 20%를 웃도는 급증세를 띤 게 기저효과로 작용한 데다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월간 실적에서 5월과 7월을 제외하고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선별로,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가 2% 성장한 6만5600TEU를 수송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 노선이 1위 자리에 오른 건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2위는 일조국제훼리의 평택-르자오로, 4% 감소한 6만4600TEU를 수송했다. 2021년 30%의 증가율로 1위 자리에 올랐던 이 노선은 지난해는 2년 만에 역신장하며 1000TEU차로 순위 하락을 맛봤다.
3위는 5만7100TEU를 수송한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4위는 5만4100TEU를 수송한 연운항훼리의 인천-롄윈강이었다. 두 노선 모두 13% 10%의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실적의 앞 자리가 6에서 5로 바뀌었다. 영성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노선은 3% 성장한 5만500TEU로, 5위에 올랐다.
연태훼리의 평택-옌타이, 한중훼리의 인천-옌타이는 나란히 6위와 7위를 기록했다. 다만 평택발 노선은 7% 감소한 4만9800TEU의 부진을 보인 반면 인천-옌타이 노선은 17% 성장한 4만9000TEU를 기록하며, 호조를 띠었다.
8위는 7% 감소한 4만6600TEU의 평택-웨이하이(교동훼리), 9위는 17% 감소한 4만5000TEU의 인천-웨이하이(위동항운) 노선이 각각 차지했다. 이 밖에 석도국제훼리의 군산-스다오가 3만3400TEU로 11위, 진인해운의 인천-친황다오가 2만9300TEU로 12위, 대인훼리의 인천-다롄이 1만9600TEU로 13위, 범영훼리의 인천-잉커우가 1만7000TEU로 14위에 올랐다. 중국 현지 부두 공사를 이유로 휴항한 단동국제항운의 인천-단둥 노선은 74% 급감한 실적을 냈다.
이로써 한중 카페리항로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 항로 물동량은 지난 2016년 8% 늘어난 52만TEU를 기록, 50만TEU 고지를 돌파하는 등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2019년 3%의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발 호황에 힘입어 다시 반등에 성공한 뒤 2021년엔 사상 최고치인 67만TEU를 찍었다.
문제는 최근 물동량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새해 첫 달엔 감소율이 36%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2021년 6만TEU대를 훌쩍 뛰어넘었던 월간 실적은 지난달 4만TEU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1월 실적만 놓고 보면 코로나발 부진으로 3만TEU대까지 떨어진 2020년 1월(3만9000TEU)을 제외하고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요가 급감한 데다 올해부터 항비 감면 정책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선사들은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란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2020년 2월부터 여객 운송 중단으로 경영난에 빠진 한중 카페리선사들에게 지원해오던 항만시설사용료 전액 감면 정책을 폐지했다. 지난해 7월 코로나발 해운 호황으로 컨테이너선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인천항 8개 노선의 화물입출항료 감면을 없앤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선박입출항료 접안료 정박료 계선료 등의 선박료 감면율을 100%에서 60%로 크게 축소했다.
여객운송 하반기나 가능할 듯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양국 정부가 여객 수송을 전면 재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주길 염원하고 있다. 한중 카페리항로는 지난 2020년 1월 말 여객 수송을 중단한 뒤 3년 동안 반쪽짜리 운항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여객 운송이 한중 카페리선사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에 이르렀다. 대인훼리 등 북중국 지역을 운항하는 카페리선사들에게 특히 여객 사업의 중요도가 큰 편이었다.
지난해 한일항로에 여객 운송이 전면 허용됐지만 한중 구간에선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여전히 재개 시점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중 카페리항로에서 여객 수송 제한이 풀리려면 중국정부가 한국을 단체여행 허용국으로 지정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한중 카페리선을 이용하는 여객의 90% 이상이 중국인들이기 때문이다.
여객 운송이 중단되기 직전인 2019년 한 해 한중 카페리항로는 여객 운송 200만명 시대를 열었다. 200만명의 이용객 중 90%인 179만명이 중국인이었다. 한국인은 10%도 채 안 됐다. 1년 새 이용객이 33% 폭증할 만큼 당시 중국인들의 카페리 사랑은 각별했다.
안타깝게도 중국정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단체여행을 풀어줄 마음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자국인 대상 PCR 검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인에게도 PCR 검사를 요구하는 맞불 전략을 펴고 있다.
마침 우리 방역당국은 3월부터 중국인에게 적용하던 ‘입국 후 PCR 검사’ 의무를 폐지했다. 하지만 입국 전 검사와 Q코드 입력 의무화는 3월10일까지 연장하기로 해 중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 정부가 단기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도 관광비자는 여전히 막아 놓은 것도 걸림돌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한중 카페리를 이용하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단체여행객이나 보따리상(소무역상)들이기 때문에 입국전 검사까지 모두 풀려야 여객 운송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국 전 검사가 해제되면 선사들도 여객 운송을 준비할 걸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해수부도 여객 운송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PCR 검사가 해제되더라도 한중 카페리선이 단기간에 여객을 다시 태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선사들이 여객사업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3년간의 여객 운송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카페리선사에서 여객 업무를 보던 직원들이 모두 퇴직한 까닭이다.
아울러 본부나 공항으로 옮겨간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기관 인력들이 항만으로 복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특히 여객 운송이 중단된 뒤 신국제여객터미널이 문을 연 인천항은 여객을 다시 받아들이려면 적잖은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카페리선사 고위 임원은 “올해 안으로 여객 운송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승무원 채용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PCR 검사가 해제되고 그로부터 두서너 달 후 여객을 태울 수 있다고 보면 천생 하반기는 돼야 여객 운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군산이나 평택은 예전 시스템을 복원하면 여객 운송이 가능하겠지만 인천은 안전이나 CIQ, 교통수단 섭외 등의 제반 사항을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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