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3 09:08

“한국형 LNG화물창 개발 적극 나설 터”

인터뷰/ 한국선급 이형철 회장
기술·안전 두축으로 고객이 찾아오는 선급 목표


12년 만에 한국선급 연임 회장에 당선된 이형철 회장은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소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LNG선의 화물창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기 경영 목표를 ‘고객이 찾아오는 선급’을 만드는 거라 밝히고 이를 실현하고자 디지털·탈탄소 기술 개발, 선박 안전 강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많은 양의 LNG선을 수주하지만 프랑스 LNG 화물창을 쓰는 탓에 1조원에 이르는 외화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면서 산학연과 협력해 한국형 LNG 화물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공직유관단체 지정으로 인재 채용 등에 애를 먹고 있다고 애로 사항을 토로하면서 향후 3년간 경영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 문제에 대해선 노조 측과 접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Q. 10여년 만에 한국선급의 연임 회장이 됐다. 소감은?

부족한 점도 많고 회사 내부적으로 노사 문제가 있어서 괴롭고 고민이 많았는데 저를 믿고 지지해준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기쁘다기보다 폭풍 속을 건너온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명예를 회복했다는 생각도 든다. 임직원들과 일치단합해서 가겠다.

한국선급 회장직이 많이 힘든 자리다. 그동안 건강상의 문제로 선임 회장들이 연임을 하지 못했다. 한국선급 회장도 연임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건강을 많이 챙기고 있다. 

Q. 한국선급의 새로운 3년을 꾸려 가야 한다. 2기 경영 목표는 뭔가?

고객이 찾아오는 선급을 만들겠다는 게 선거 슬로건이었다. 국내외 조선소 등 많은 고객을 만나면서 큰 선급들은 가만히 있어도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선급도 비록 중견 선급이지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들겠다. 이런 생각을 항상 기회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으로 디지털·탈탄소 기술 개발과 선박 안전 두 가지를 정했다. 두 축을 기반으로 2025년 (등록톤수) 1억t 달성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가 세계적인 추세다. 이들 기술은 선급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거다. 물론 선박 안전도 중요하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해난사고가 발생하면 선급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해사산업계에서 기술 리더로서 역할을 하겠다. IMO(국제해사기구) EU(유럽연합) IACS(국제선급연합회) 같은 국제 사회에서 친환경 규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한국 해사산업의 입장을 대변하겠다.

한국형 LNG 화물창 개발에도 기술 지원을 많이 하겠다. 한국 조선이 LNG선 건조 실력은 세계 1위다. 올해 발주된 165척의 LNG선 중 대다수를 한국 조선이 수주했다.

그런데 (LNG 화물창을 공급하는) 프랑스 GTT사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수천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된다. 한국 조선소가 LNG선을 아무리 많이 건조해도 수익이 해외로 다 빠져 나가는 구조다.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많은 연구를 했고 자료 축적도 했다. 하지만 LNG화물창 개발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내 조선 3사와 산학연이 힘을 합쳐야 한다. 

Q. 취임 이후 해외영업을 강조해왔다. 구체적인 영업전략을 듣고 싶다. 

제가 재신임 받은 이유 중에 하나가 해외 선박 유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3년간의 재임 기간 동안 등록선대가 1200만t 늘었다. 회장 시작할 때 6800만t이었는데 지금은 8040만t 정도 된다. 늘어난 선박의 절반 정도인 650만t이 해외 선주 소유다.

해외 영업은 끊임 없이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 개척의 첫 번째 원칙은 검사는 한국 검사원을 쓰고 영업은 현지인을 쓴다는 거다. 한국인 검사원들은 365일 24시간 체제로 검사를 하는데 해외 현지 검사원은 그런 게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 직원이 70명 정도 된다. 우리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영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리스 중국 싱가포르에 지역본부가 있는데 영업 인력을 보강하려고 한다.

문제는 한국 조선소가 벌크선이나 자동차선을 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 세계 상선대, 그리고 한국선급 등록선대의 40%가 벌크선이다. 이들 선박을 대부분 중국에서 짓는다. 중국 조선소 영업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

중국 조선소는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선급과는 같이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중국 조선소에 저희 프로그램 같은 걸 공급하면서 유대를 높여 가고 있다. 이런 전략이 주효해서 중국 시장에서 다른 선급에 등록했던 선박 150만t을 가져왔다.

다만 어렵게 해외 선사를 유치해도 서비스를 잘 못하면 금방 떠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린 해외 선사에서 요청사항이 들어오면 24시간 내에 회신하려고 노력한다. 본사에 있는 해외영업팀장은 해외 선사에게 전화 문의가 오면 새벽에도 통화해서 회신한다.

이런 노력과 신뢰가 쌓여서 2022년에 22척의 해외 선박이 등록했다. 국내 선사와 달리 외국 선사는 KR를 믿고 단일 선급 계약을 한다. 이중 선급한 예가 없다. 

Q. 비선급 분야 확장 계획은?

비선급 분야 수입이 전체 20%밖에 안 된다. 선급 분야가 80%로 압도적이다. 올해 비선급 분야 수입이 32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70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는 건 고무적이다.

비선급 분야를 확장하는 건 한계가 있다. 이미 기득권 업체가 있어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저희 연구소에 직원 100명이 있는데 선박 구조 해석이나 친환경 연료 등에서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다. 이들 엔지니어링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동해안에 풍력발전 단지가 많이 설치된다. 여기에도 우리가 업무 확장을 하려고 한다. 현재 풍력 관련 인증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방위사업청 반대로 진입하기 어려웠던 해군 업무도 지금은 긍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선급이 해군 군함 업무나 해양경찰 경비함 신조 업무를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영국선급(LR)은 그 나라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업무를 다 한다. 미국선급(ABS)도 미국 해군이나 해안경비대(USCG)의 신조 검사를 다 한다. ABS는 여기서 나오는 수입이 30~40%에 이를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는 기존 조직들이 있어서 한국선급이 들어오는 걸 꺼렸는데 지금은 물꼬가 터져서 논의를 시작했다. 

Q. 공직유관단체에서 해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유가 뭔가?

경영 자율성 확보가 중요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다가 최근 2년간 해제됐는데 2022년에 다시 증인으로 채택돼서 힘들었다. 공직유관단체 문제를 해소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규제받는 법률이 12개나 된다.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의 일상적인 것도 있지만 인사 채용과 관련한 부분은 정말 힘들다.

인력을 뽑으려면 모두 해수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모든 채용 과정을 외부에 의뢰해야 한다. 면접관도 50%는 외부에서 온다. 공정성은 확보되겠지만 효율이 너무나 떨어진다. 비용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 넘게 계속 빠져 나간다.

정부 대행 검사기관이란 이유로 공직유관단체에 들어간다. 그런데 같은 (한국) 정부 대행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프랑스선급(BV)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가 한국 기업은 규제하고 외국 기업은 자유롭게 하는 건가? 똑같이 규제하거나 똑같이 풀어야지.

Q. 노조가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사측과 관계가 안 좋다. 

노조는 상수다. 함께 가야 한다. 임금 협상을 하고 있지만 과도한 요구를 해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선거 전까지 서로 협조하기로 했는데 다시 시위를 한 건 아쉽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노사가 접점을 찾아야 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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