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유럽항로는 수요 약세에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10월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을 앞두고 나타날 밀어내기 물량이 실종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후폭풍이 거세다. 유럽에서 실질 구매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중국발 물량이 급감하면서 유럽항로 운임은 12주 연속 하락했다.
여기에 기후 변화와 항만 파업에 따른 공급망 불안은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여름휴가 기간이라 수요가 크게 줄었다. 유럽 현지에서 소비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올해는 성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상승은 유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해운시장 뇌관을 건드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은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0.1%로 40년 만에 두 자릿수나 뛰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에너지와 식량 가격의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거란 주장이 나온다.
독일의 소매판매 역시 전년 대비 10% 감소하며 집계 이래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여기에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터키를 중심으로 동지중해의 수요도 크게 줄었다는 게 선사들의 중론이다.
운임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5000달러를 밑돌았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8월19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788달러를 기록, 전월 5612달러에서 15% 하락했다. 지중해도 TEU당 6268달러에서 13% 하락한 5483달러를 기록했다.
북유럽은 올 들어 최고치인 7797달러에서 39%나 떨어지며 3000달러나 빠졌다, 같은 기간 지중해는 7522달러에서 27% 하락했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한국발 네덜란드 로테르담행 공표 운임 역시 8월 현재 TEU당 3378~5875달러로 전달 4053~6750달러에서 크게 하락했다.
운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항만 파업과 기상 악화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은 폭염과 가뭄으로 라인강 수심이 낮아져 내륙 운송에 차질이 예상된다. 또한 함부르크 브레머하펜 등 주요 항만 파업이 재개될 거란 전망이 나오며 8월 공급망 혼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밖에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에서는 물가 폭등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물동량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물가상승 여파로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올해 5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3개행(유럽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6% 감소한 135만1000TEU로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도시 봉쇄 등의 여파가 물동량 감소로 이어졌다.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이 5% 감소한 102만6000TEU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동북아시아도 17% 감소한 13만5000TEU, 동남아시아는 6% 감소한 19만TEU로 각각 집계됐다. 1~5월 누계 실적은 3.6% 감소한 666만3500TEU에 머물렀다.
중국이 3.8% 감소한 492만8000TEU, 동북아시아가 9% 줄어든 73만TEU에 그쳤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1.6% 증가한 100만6000TEU를 기록하며 대조를 보였다. 유럽발 아시아행 5월 물동량은 19% 감소한 57만2000TEU로 11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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