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러시아 제재가 유조선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거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IHS마킷은 유럽의 러시아 제재로 초대형 유조선(VLCC) 40척 이상, 수에즈막스 50척, 아프라막스 30척의 추가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처가 유럽에서 원거리인 중국과 인도로 전환하면서 선복 수요를 끌어올릴 거란 관측이다.
러시아에서 발트해와 흑해까지 원유를 수송할 땐 주로 수에즈막스나 아프라막스 탱크선이 기용된다. 현지 항만이 VLCC를 수용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와 비교해 아시아가 최종 도착지일 경우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유럽 허브에서 VLCC로 환적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무역이 원거리에서 일어날 경우 해운시장은 수요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어 호재가 된다. 러시아 원유도 마찬가지다. 운항기간은 러시아-유럽항로가 수일에서 1주일 정도인 반면 발트해-인도 구간은 22일, 발트해-중국 구간은 37일이다. 흑해에선 인도까지 30일, 중국까지 45일 걸린다.
IHS마킷은 벌써 인도는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지난해 일일 3만배럴에서 올해 90만배럴로 대폭 늘렸다고 소개했다. 월간 3000만배럴에 이른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원유 수입을 1년 새 일일 50만배럴 늘릴 거란 관측이다.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이 늘면서 유조선 수요는 3.5% 증가했다. 인도에서 1.8%, 중국에서 1.7% 늘어났다. 중국 석유상사 유니펙은 러시아 원유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최근 유조선 10척 이상을 용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IHS마킷은 러시아 원유 수입처 전환이 확대될 경우 수요는 최대 5.6%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제재는 원유수송 점유율도 변화시킬 전망이다. 지금까지 러시아산 원유는 그리스 선주가 대부분 맡아왔다. 최근의 수송 점유율은 그리스 선주 51%, 러시아 선주 19%, 중국 선주 6%였다. IHS마킷은 해상운송 보험도 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 커지면서 유럽 선주가 러시아 원유를 수송하는 건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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