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후판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중견 조선사들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개 중견조선사의 매출총액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8조72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합계는 2020년 -1039억원에서 지난해 -9881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7개 조선사 모두 플러스 영업이익을 내는데 실패했다.
다만 조선사들의 향후 성적표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컨테이너선과 탱크선을 중심으로 선박 수주량이 크게 늘면서 영업실적도 동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영업익 ‘적자전환’
중견조선사들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주 절벽과 원자재 값 급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용 후판 가격은 t당 112만1000원으로 전년 66만7000원 대비 68% 늘었고, 형강도 같은 기간 68만8000원에서 101만2000원으로 47% 급등했다.
지난해 현대삼호중공업은 내실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4조1415억원을 낸 반면, 영업이익은 156억원에서 -307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외형 확대엔 성공했지만, 내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액은 2.8% 증가한 2조8578억원,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한 -2265억원으로 부진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액 7265억원, 영업이익 -119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0.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117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은 -5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반면 매출액은 12.4% 증가한 5100억원을 달성했다.
STX조선해양에서 사명을 바꾼 케이조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7% 감소한 2132억원, 영업이익은 적자 폭이 확대된 -2001억원을 냈다.
대선조선은 매출액이 27% 감소한 2026억원, 영업이익이 적자가 확대된 -245억원에 그치며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 밖에 HSG성동조선(옛 성동조선해양)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6.3% 급증한 681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519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컨선·탱크선 등 수주 선종다변화 이뤄내
지난해 실적 부진에 시달린 중견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크게 호전됐다. 탱크선에 치우쳤던 수주선종이 컨테이너선과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등으로 다변화된 게 눈길을 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지난해 수주량은 65척 136만CGT(수정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244% 급증했다. 연간 68.9% 해당하는 94만CGT로 상반기에 수주가 집중된 반면, 하반기는 42만CGT에 그쳐 둔화된 양상을 보였다.
대호황을 맞이한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발주가 폭증한 데다 탱크선 일감을 늘린 게 조선사들의 수주량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국내 중견 조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전년 대비 1168% 급증한 25만CGT로 전체의 18.5%를 차지했다.전년도 컨테이너선 수주량이 극히 적은 기저효과까지 반영돼 증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탱크선은 170.4% 증가한 102만CGT로 전체 수주량 중 비중은 74.7%에 달했다. 수주 실적 중 FPSO 1기도 포함돼 기타 선종의 비중이 전년도 0%에서 6.8%로 상승했다. 수출입은행 양종서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수주 호전으로 90% 내외를 차지하던 탱크선 비중이 하락한 건 수주선종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액도 351% 폭증한 29억9000만달러(약 3조7500억원)를 기록했다.
시황 호조로 과거 수주가 많지 않았던 중형컨테이너선의 다량 수주와 선가 상승, FPSO 등 고가 선종 포함 등으로 수주액이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중형사들의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 수주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0년 3.4%에서 지난해 6.8%로 2배 확대됐다.
다만 지난해 중견조선사들의 건조량(인도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과 2019~2020년 수주량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사들의 건조(인도)실적은 총 164만DWT(재화중량톤수)로 전년 대비 15.5% 감소했다. 상반기는 주력 선종인 탱크선을 중심으로 141만DWT를 인도하며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인도량이 전년 대비 65.3% 감소한 23만CGT에 그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양 연구원은 “하반기 건조량 감소는 2019년과 2020년 초 수주 부진에 의한 일감 부족의 영향으로 예상된다”며 “2021년의 증가한 수주량이 생산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1~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형조선사의 수주잔량은 지난해 일감 확보에 힘입어 크게 늘었다. 수주잔량은 총 78척 157만CGT로 전년 말 대비 84% 증가했다.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던 수주잔량이 2021년 활발한 수주 활동으로 빠른 증가세로 전환했다.
양 연구원은 시황 호전에 발맞춰 경영체제 정비를 기반으로 한 중견조선사들의 수주 활동 증가는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형조선사들이 인수합병에 성공해 경영체제 정비를 마치고 활발한 수주 활동을 전개하며 시황 개선보다 더 큰 폭의 수주 증가를 이룬 것은 더욱 긍정적이었다”며 “이러한 양상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어온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다시 경쟁력을 정비해 산업 활동을 증가시킬 수 있는 희망적인 신호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재 급등으로 큰 폭의 수익성 기대감이 약화될 수 있어 환경 변화를 인식해 수익성 제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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