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컨테이너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TEU 고지를 넘어섰다. 2016년 80만TEU 돌파에 이어 2019년 90만TEU를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미국 해운조사기관인 JOC피어스에 따르면 2021년 아시아 18개국발 미국행(북미수출항로) 컨테이너물동량은 2120만6300TEU로, 1년 전 1839만9000TEU에 견줘 15.3% 증가했다. 북미수출항로 연간 물동량이 2000만TEU를 넘어선 건 2004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상·하반기 물동량이 각각 1000만TEU를 돌파하며 최대기록 달성에 힘을 실었다. 특히 상반기 물동량은 거리두기 규제에 따른 코로나발 보복 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년 767만2100TEU 대비 37% 급증한 1052만1000TEU를 기록,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하반기는 수요 효과가 사라진 데다 중국의 전력난과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항만 가동 중단 여파로 0.4% 감소한 1068만4800TEU에 그쳤다.
‘무역분쟁 여파’ 中·베트남 물동량 점유율 희비교차
지난해 1~2위인 중국과 베트남의 물동량 점유율은 희비가 엇갈렸다.
2020년 누적 운송량 1000만TEU 돌파에 성공한 중국은 지난해에도 물동량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243만3000TEU를 미국으로 실어 나르며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점유율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부품·소재 생산기지가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하락한 모습이다. 지난해 점유율은 58.6%로 전년 59%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2018년 65%를 웃돌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듬해 60%대가 붕괴된 이후 매년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2위 베트남의 점유율은 2020년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11%까지 상승했다. 10년 전 2011년 3.8%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미중 갈등 이후 전 세계 공급망이 급속히 재편되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물동량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235만TEU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200만TEU 고지를 넘어섰다.
3위 우리나라는 지난해 110만3800TEU의 컨테이너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전년 96만1500TEU에서 15% 늘었으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TEU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 2002년 50만TEU를 돌파한 데 이어 19년 만에 100만TEU 고지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11월 두 달을 제외하고는 월간 물동량이 모두 늘었으며, 특히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일궜다. 물동량 점유율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5%대를 유지했다.
4위 인도는 34% 증가한 107만1600TEU를 신고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만TEU를 돌파했으며, 18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일궜다. 5위 태국은 14% 늘어난 85만4800TEU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냈으며, 7위 일본은 전년 55만2000TEU에서 5% 증가한 57만8100TEU를 거뒀다. 반면 군부 쿠데타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미얀마는 전년 대비 32% 급감한 1만6400TEU로 부진했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화물은 가구였다. 1위 가구는 23.4% 늘어난 370만6600TEU, 2위 섬유제품은 12.6% 증가한 233만90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이 밖에 일반전기제품이 15.1% 증가한 179만6000TEU, 바닥재·블라인드 등 플라스틱제품이 27.8% 증가한 113만1000TEU로 집계됐다.
운임은 지난해에 비해 3배가량 뛰었다. 상반기 하반기 모두 세 자릿수 증가율을 시현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이-로스앤젤레스(LA) 구간 평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8422달러를 기록, 1년 전의 2873달러에서 2.9배(193%) 올랐다. 상반기엔 2020년 1920달러에서 2021년 5942달러로 3.1배(210%) 상승했으며, 하반기 역시 3825달러에서 1만902달러로 2.9배(185%) 치솟았다.
같은 기간 상하이-뉴욕항로 평균 운임은 1만831달러로, 1년 전의 3751달러에서 2.9배(189%) 상승했다. 동안 운임 역시 상반기에 2978달러에서 7767달러로 2.6배(161%) 올랐으며, 하반기엔 4523달러에서 1만3895달러로 3.1배(207%) 급등했다.
맹외 중국선사 대거 진출
물류대란이 극심해지면서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북미항로에 앞다퉈 진출한 비동맹선사들의 선복 점유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월7일 현재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선사들의 북미항로 선복 점유율은 64%를 기록, 1년 전 82%와 비교해 18%포인트(p)나 떨어졌다. 정점을 찍은 2020년 9월 89%와 비교하면 무려 25%p나 하락한 셈이다.
반면 얼라이언스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선사들의 점유율은 36%로 전년 18%와 비교해 2배 상승했다. 최저치인 2020년 9월 11%에 견줘 25% 상승했다.
시인텔리전스는 올해 2월 말 비동맹선사들의 점유율이 38%를 기록,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얼라이언스 참여 선사들은 62%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독립선사들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건 얼라이언스의 서비스만으로는 강력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북미항만 적체가 본격화된 2021년부터 독립 선사들의 서비스 개설이 줄을 이었다는 평가다.
그중 상하이진장해운(JJ쉬핑), 중롄해운(中聯航運·CU라인), 보야(博亞)국제해운(BAL컨테이너라인) 등 아시아항로에서 주력해 온 중국 선사들의 북미시장 진출이 주목을 끈다.
JJ쉬핑은 지난해 CU라인과 공동으로 상하이와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를 직항 연결하는 셔틀 노선을 열었으며, BAL컨테이너라인은 닝보와 LA를 취항하는 셔틀서비스 CPX를 지난해 5월 말 시작했다. 이 밖에 미국 하와이에 본사를 둔 맷슨도 7월 말부터 중국과 미국 서안을 연결하는 신규 서비스 CCX를 시작했다.
시인텔리전스는 “아시아-북미동안 노선은 2019~2020년 2년 동안 얼라이언스 점유율이 압도적이었지만 2020년 중반 이후 독립선사들의 서비스가 증가해 현재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라이언스들은 아시아-유럽 노선을 지배하고 있는데 북미 서안보다 항해 일수가 길기 때문에 많은 선박이 필요하며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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