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자리가 25년 만에 덴마크 머스크에서 스위스 MSC로 넘어갔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2일 현재 MSC는 운항선대를 646척 428만7400TEU로 늘려 735척 427만5500TEU의 머스크를 2위로 밀어내고, 세계 컨테이너선시장 정상에 우뚝 섰다. 새해 초까지 약 1만TEU 차로 머스크에 뒤지던 MSC는 며칠 새 사선 규모를 20척 가까이 늘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컨테이너선사 1위가 바뀐 건 1997년 이후 처음이다.
덴마크 선사와 스위스 선사는 오랜 기간 세계 1~2위를 차지하며 경쟁을 벌여왔지만 사업 확장 전략은 큰 차이를 보였다.
118년 역사의 머스크는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온 대표적인 선사다. 지금까지 해운기업만 6곳을 인수했다. 1999년 세계 2위였던 미국 시랜드와 2005년 세계 3위 네덜란드 P&O네들로이드, 2016년 독일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지난 1993년 자국 선사 EAC를 인수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가 1995년부터 2년간 경쟁사인 시랜드와 대만 에버그린의 부상으로 2~3위에 머물렀다. 당시 세 선사의 선복 차이는 1만TEU에 불과했다.
1997년 다시 1위에 복귀한 머스크는 2년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사 사프마린과 최대 경쟁자였던 시랜드를 잇따라 인수하며 정상의 자리를 굳혔다. 이후 2005년 P&O네들로이드를 인수한 데 이어 11년이 지나 독일 대표선사를 사들이며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 선사는 2004년 11월 100만TEU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2008년 5월 200만TEU, 2016년 7월 300만TEU, 2017년 12월 400만TEU를 각각 돌파했다.
하지만 함부르크수드 인수 이후 선박 중심의 성장 정책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이 회사의 M&A 명단은 해운사 대신 세계 각지의 물류기업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올해 1월 현재 머스크 선단은 2017년 12월에 비해 13만TEU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2018년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복량이 뒷걸음질 치는 결과를 냈고 2020년에도 자산 감소를 맛봤다.
창립 이후 50년간 M&A 없이 선단 늘려 1위 도약
MSC는 머스크와 달리 창립 이후 줄곧 M&A 대신 직접 선박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선단 규모를 늘려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선사를 인수하지 않았다.
1970년 이탈리아 나폴리 선장 출신 잔루이지 아폰테에 의해 설립된 MSC는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 10위권 밖에 위치한 중상위권 선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 세계 5위 선사로 올라선 뒤 2003년 2위 진입까지 성공하며 20년간 머스크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세계 2위라고 하지만 2018년 전까지 머스크와의 격차는 컸다. 처음으로 2위 자리에 오른 2003년 당시 선단 규모는 덴마크 선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머스크가 함부르크수드 인수를 마무리 지은 2017년 12월엔 100만TEU까지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315만TEU였던 선복량을 올해 1월 428만TEU로 36% 늘리며 마침내 세계 1위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이 선사는 전체 선단의 4분의 1을 최근 4년 새 확보했다. 공교롭게도 머스크는 이 기간 선단 확대 정책을 내려 놓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두 선사의 선복량 차이가 크지 않지만 현재의 순위 체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조선 발주량에서 스위스 선사는 라이벌 기업을 77만TEU 이상 앞서고 있다. 머스크가 대형 해운사 인수란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지 않는 한 따라잡기 힘든 규모다.
현재 MSC는 66척 109만TEU의 신조선을 짓고 있는 반면 머스크가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량 규모는 29척 32만TEU에 불과하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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