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음료회사인 코카콜라가 컨테이너선 부족난과 항만 적체가 심해지자 원료수송에 벌크선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코카콜라는 핸디사이즈 벌크선 3척을 이용해 콜라 원료 6만t을 해상 수송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액체 연료를 수송하려고 빌린 벌크선은 2011년 건조된 3만4400t(재화중량톤)급 <아프로디테엠>(Aphrodite M)과 3만5000t급 <웨코루실리아시>(Weco Lucilia C) <저하이505>(Zhe Hai 505)다. 특히 <웨코루실리아시>호는 지난 2019년 문을 닫은 통영 소재 SPP조선에서 건조됐다.
선박들은 컨테이너 2800TEU 분량의 원료 화물을 나눠 싣고 수송에 돌입했다. 지난 6일 2척이 말라카해협에서, 1척이 중국 인근 해역에서 포착됐다.
코카콜라 조달 담당 임원인 앨런스미스는 “현재의 해상화물 위기로 컨테이너박스나 선복을 확보할 수 없어 컨테이너를 탈피한 수송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며 “선박은 혼잡하지 않은 항만에서 원활하게 화물을 내려 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몇 달 안에 가시화될 다양한 프로젝트의 신호탄이자 조달팀과 공급망 파트너, 공급업체 간 이뤄진 훌륭한 협력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 이번 수송작전을 평가했다.
현재 간선항로인 중국과 미국 항만의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이시(eeSea)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중국 전국 항만에서 대기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242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154척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들인 상하이와 닝보항에 몰려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항에선 평균 60척 안팎의 체선이 발생하고 있다. 7일 현재 LA 25척, 롱비치 30척 등 55척의 선박이 입항을 못하고 외항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달 말 69척에 비해 10척 이상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박을 직접 빌려 자가 수송하는 게 화주들의 물류난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 유통회사인 홈디포와 월마트, 캐나다 유통회사인 달러트리,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영국 소매업체 존루이스가 각각 컨테이너선과 일반화물선 등을 용선해 자사 제품 수송에 나서고 있다. 대만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도 에버그린 양밍 완하이라인 등 자국 선사와 선박 용선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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