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09:13

“명문 장수포워더가 물류강국 도약 원동력”

인터뷰/ 한림마린서비스 박현훈 대표이사
‘보복소비 폭발’ 외형 두자릿수 성장 기대
무역의날 300만弗 수출의 탑 수상


포워더(물류주선업체)가 수천 개에 달하는 국제물류시장에서 40년 업력의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과 국제통화기금(IMF)과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의 굵직굵직한 외부 변수는 포워더들의 생존을 좌우했다. 

1981년 설립된 한림마린서비스는 국내 포워딩업계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리베이트 영업 대신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물류서비스를 선보이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990년 홀로 서울에 상경해 5년 뒤 회사를 인수한 박현훈 대표이사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꼽힌다. 

올해로 창립 40돌을 맞은 박 대표는 직원들의 노고와 고객과 물류업계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에도 리베이트 영업 근절에 앞장서 회사를 100년 가는 장수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Q. 창립 40돌을 맞았다. 소감이 궁금하다.

1981년 서울 무교동 효령빌딩에서 시작한 한림마린서비스는 북창동, 서교동, 망원동을 거친 뒤 현재 구로동에 정착했다. 

FCL(만재화물)·LCL(소량화물) 등의 포워딩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림마린서비스의 산하에는 내륙운송자회사인 한림종합물류, 무역자회사인 한림티앤씨가 있다. 각각 40년 22년 10년의 업력을 자랑한다. 

주력인 한림마린서비스는 중국 중남미 유럽 북미 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물류서비스와 창고보관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한민국 물류산업과 경제성장을 함께 도모한 한림마린서비스가 창립 40돌을 맞이한 건 매우 뜻깊은 일이다. 국내 포워딩업계에서 이 같은 업력을 자랑하는 기업은 거의 없어 더욱 의미가 깊다. 

1990년 한림마린서비스에 입사해 1995년 ‘과장’ 직책으로 근무할 당시 주말에도 출근할 정도로 업무에 매진했고, 끈기와 노력을 인정받아 회사를 넘겨받았다. 

단돈 50만원을 들고 1989년 서울에 상경하면서 50억원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만 서른하나의 나이에 대표로 취임했기에 주위에서는 성공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인수 후 부단히 노력한 결과, 3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을 20년 새 수백억원으로 끌어올리며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Q.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일화가 있다면?

10년 전 화주사가 부도나면서 100만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한화로 10억원이 넘는 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모든 고난을 마라톤으로 극복했다.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25회 넘게 뛰었고, 100km 울트라마라톤도 14시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완주했다. 마라톤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고객이 있는 중국에 가서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사진만 보여주면 놀라면서 저를 신뢰하더라. 지금도 직원뿐만 아니라 화주에게도 신발과 운동복을 사주며 마라톤을  전도한다. 

Q. 최근엔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최근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일하며 무역·물류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체육회의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여기에 이달 1일부터 300여 개가 되는 건물 입주사들을 대표하는 운영위원회장으로 선출돼 애로사항을 파악하며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Q. 회사의 강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림티앤씨와 한림마린서비스의 협업으로 향후 더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한림티앤씨는 우리나라에서 칠레 페루 과테말라 등 남미로 폴리에스테르와 인조대리석 등을 주로 수출하며 외형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수출 신장을 이뤄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12월 무역의 날 행사에서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또한 무역 진흥을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개인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한림마린서비스는 글로벌 패션브랜드에 들어가는 원단과 가죽 등의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해 경기도 안성에서 운영 중인 물류창고에 보관한 뒤 국내 제조기업에 공급한다. 수입된 원자재는 국내 공장에서 일련 작업을 거쳐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으로 보내진 뒤 완제품으로 출하된다. 

5년 전에 매입한 창고는 4300㎡(약 1300평) 규모로 한림티앤씨의 물량을 소화한다. 향후 증축을 통해 더 많은 자사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식품 기계 등을 대상으로 한 수출 서비스에서도 화주들과 30년에 가까운 거래를 이어가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여러 대기업 화주들과도 거래 중이며, 최근엔 폴란드 배터리 제조공장에 쓰이는 냉각탑 설비 운송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네덜란드 화주로부터 노하우를 인정받아 냉각탑 관련 수출물류는 15년째 진행 중이다.

 


Q. 화주와 오랫동안 거래를 이어가는 비결이 궁금하다.

리베이트 영업을 근절한 게 회사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성장비결로 꼽힌다. 40년이 된 지금도 인맥 거래, 뒷돈 거래, 술 영업 등을 일절 금하고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고품질 물류서비스로 승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회사를 지속적으로 경영하려면 이런 부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리베이트를 받은 업체가 부도나고 경쟁력을 잃어버린 곳이 한둘이 아니다. 

처음 중국에서 리베이트 영업을 벌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의아해하더라. 리베이트 영업 대신 서비스로 승부했고 오랫동안 신뢰를 쌓으니 중국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인정을 받게 됐다. 

올해는 보복성 소비가 폭발하면서 원단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에 한림마린서비스 한림티앤씨 모두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도 매출액의 80% 110%를 달성했다. 이익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도에 불과 100여 곳에 그쳤던 포워더가 지금은 수천 곳에 달한다고 하더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며 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나타난 폐해다. 

무분별하게 생겨나다 보니 폐업하는 포워더가 속출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화주에게 돌아갔다. 리베이트 관행과 인맥 영업 등으로 성장한 회사는 일찍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제도 개선을 통해 포워더의 무분별한 시장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

Q. 업계나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은?

‘항상 기뻐하라’는 성경 구절을 가슴에 새기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직원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복지 증진에 크게 힘쓰고자 한다. 내가 뽑은 직원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우리나라에서 40돌을 맞이한 포워더는 많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 앞으로 5년 후면 명문장수기업의 요건인 45주년을 맞게 된다. 포워더로서 명문장수기업 선정은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 

회사를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의 노고가 크다. 더불어 한림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시작부터 전력 질주하면 완주하기가 어렵다. 힘을 안배해 한결같이 길을 가다 보니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인정해주고 신뢰해준 것 같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하며 경제적·사회적으로 기여한 기업을 선정하는 제도인 명문장수기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중소기업들이 백년대계를 그리기 위해선 정부의 고용 창출에 따른 인력지원 비용이나 세제 혜택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한다.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50년, 나아가 100년 동안 장수 경영하며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유럽 일본 등 해외에는 50년 이상된 물류기업이 많지 않나. 정부가 더 많은 물류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포워더들이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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