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음식 배달, 온라인 상품주문 등이 증가하면서 상품 포장에 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포장재는 일반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일반 플라스틱은 열 또는 압력에 의해 성형할 수 있는 유기물 기반 고분자 물질과 그 혼합물을 말한다. 화학적 구조, 열적 성질, 사용원료에 의해 구분될 수 있으며 원료별로 구분하는 플라스틱 종류는 매우 많다.
원료별로 구분했을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종류는 약 30가지 정도다. 이것들이 생활폐기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각종 포장재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폐기물 처리 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했다. 일부 재활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처리 되는 것이 현실이다. 소각 시 발생하는 많은 유해물질은 지구 기후와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켜 전 세계 환경에 큰 피해를 준다. 타고 남은 미세플라스틱은 장기적으로 사람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어 폐기물 소각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부 플라스틱 제품에 첨가된 화학물질은 인간의 내분비계를 교란시키고 면역체계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경 친화적인 포장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플라스틱을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교체해 포장재를 만들면 친환경 포장재가 만들어진다. 바이오 플라스틱이란 석유 대신 식물이나 다른 생물학적 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으로, 크게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먼저 생분해 플라스틱은 식물체 기반 고분자, 미생물 생산 고분자 및 석유계 플라스틱 유래 고분자를 모두 포함한다. 국제표준기구 기준은 퇴비화 조건에서 36개월 이내에 흙속이나 물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90% 이상 분해되면 생분해 플라스틱이라고 규정한다. 다음으로 산화생분해 플라스틱을 들 수 있다. 햇빛이나 열에 변형 혹은 분해되지만 끝까지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으로 남는 플라스틱이다. 마지막으로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자연소재 원료가 일정부분 포함된 플라스틱이다.
친환경 포장재라도 같은 ‘친환경’이 아니다
생분해 플라스틱,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모두 친환경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현재 사용되고 있는 포장재들 중 ‘친환경’이라고 표시된 제품들을 보면 생분해 플라스틱,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모두를 포함한다. 업체에선 이를 모두 친환경 포장재라고 홍보한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은 그 차이를 알지 못하고 사용하기 쉽다. 기업이 친환경 포장용기를 사용한다고 홍보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구입한 제품을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포장용기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친환경 포장용기를 사용하다 제품의 포장용기에 일반 플라스틱이 절반 이상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허탈감에 빠질지도 모른다.
최근 “이것은 친환경이 아니고 그린워싱이다!”라는 비판이 들끓은 적이 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이 아니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당시 화장품 업체는 제품 겉 소재가 종이라는 점을 들어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다고 홍보했다.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llte)’라는 홍보카피는 아직까지 회자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종이용기를 반으로 잘라보니 안쪽에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종이로 만든 병을 사용했다는 업체 측 홍보를 믿었던 소비자들은 사실에 분노했다. 이 사건으로 업체가 비판을 받은 이유는 소비자를 오해하게 만든 제품 문구다. 제품 박스의 분리 배출 안내 문구엔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됐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설명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종이로만 만든 용기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진 탓이다. 이 논란의 핵심은 업체 측의 홍보 전략이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는 점이다.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포장재나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포장재가 일반 플라스틱을 포함하면서도 친환경 포장재라는 문구를 적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친환경이라는 문구를 적어 소비자들에게 일반 플라스틱이 없다는 인상을 주는 마케팅을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 플라스틱을 상당부분 포함하는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바이오 플라스틱 성분별로 정확한 인증마크를 부착시키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선 생분해가 되는 제품은 EL724, 생분해가 되지 않은 제품은 EL727로 구분해 인증하고 있으나 전문가가 아니면 인증의 차이를 알기 어려워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쉬운 구분이 필요하다. 생분해 플라스틱에는 순수한 생분해 제품이라는 의미의 ‘친환경 마크’ 산화생분해와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엔 일반 플라스틱을 덜 사용한 제품이란 의미의 ‘탄소저감 마크’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그린워싱은 소비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정보 전달로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 선택에 교란을 주며 각고의 노력 끝에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했거나 이를 포장재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린워싱은 지구와 인류를 지키기 위한 세계적인 탈 플라스틱 노력에 반하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1년 7월 3일부터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한다. 그리고 올해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엔 세금이 붙는다. 캐나다는 2030년 제로플라스틱 실현을 위해 모든 사업체에 비닐봉지, 음료 스틱, 빨대 등의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재활용 산업과 대체품 시장이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2026년까지 플라스틱 제품 생산 및 판매,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올해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면봉과 발포 플라스틱 식기를 생산하거나 일회용 봉투와 플라스틱 쇼핑백을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미국에선 약 550개 환경단체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제시한 8개 규제 항목 그리고 51개의 세부 항목 중에는 즉시 실현 가능한 것들도 있어서 미국 정부의 플라스틱 규제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탄소배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각 나라마다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파란색 번호판 못다는 하이브리드 차량’, 친환경 포장재 논란도 같은 접근 필요
친환경 포장재 논란의 해답을 자동차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자동차는 파란색 배경 번호판을 부착한다. 눈에 잘 띄는 파란색 번호판을 부여해 친환경 차를 타는 운전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주차료, 통행료 등의 감면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주목할 점은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 수소차 같이 파란색 번호판을 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 가솔린 자동차보다는 환경오염원을 덜 배출하지만 완전한 친환경 자동차는 아니라는 의미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제도에선 생분해 플라스틱 포장재는 친환경 자동차,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포장재와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포장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인데도 모두 파란색 번호판을 받는 셈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이용한 포장재를 친환경 포장재로 규정하고 산화생분해 플라스틱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을 이용한 포장재는 탄소저감 포장재로 규정하면 소비자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친환경 플라스틱 포장재의 명확한 구분이 생산과 소비의 올바른 연결을 만들어 모두에게 지구의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친환경 기술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이주섭 기자 js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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