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은 전통적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큰 대표적인 산업이었으나, 2020년처럼 극단적인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야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COVID-19의 대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항공산업도 이러한 대유행이 초래한 뉴노멀 속에서 생존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의 수립과 추진을 본격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
COVID-19의 항공산업에 대한 영향
COVID-19의 영향을 받은 2020년의 항공, 관광, 무역, 경제 지표를 2019년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국제, 국내를 포함한 항공 여객은, 60% 감소하였고(ICAO), 국제여객의 감소 폭이 더욱 크며, 특히 아태지역은, 총여객 중 국제여객의 점유율이 30%에서 13%로 대폭 감소하였다. 공항은, 승객 64.2%, 수익 65%가 감소하였으며(ACI), 항공사는, 65.9%의 수익(RPK 기준)이 감소하였다(IATA). 또한, 국제관광 수익이 70% 감소하였고(UNWTO), 무역은 9.2% 감소하였으며(WTO), 세계 GDP는 3.5~4.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IMF, World Bank). COVID-19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가정한 정상 운영 시나리오에 대비한, 2020년 아태지역 실적(ACI)을 보면, 국내외 여객 수는 -59.2%로서 세계평균 -64.2%보다 양호하고, 공항수익은 -59.3%로서 세계평균 -65%보다 양호하며, 화물 수익(RTK)은 -62%로서, 세계평균 -66.3% 및 타 지역 대비 양호하나(IATA), 아태시장 또한 극심한 위축이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항공수요 전망
항공수요 회복 패턴을 보면, 과거 전염병 대유행의 경우 대체로 V자 형태로 항공수요의 회복이 이루어졌으나, COVID-19는 2003년 SARS 때의 회복 소요기간인 6개월을 이미 크게 초과하였으며, 여객수익 감소율인 8%도 큰 폭으로 초과하였다. 반면, 9/11 테러와 글로벌 경제위기의 경우, 대체로 U 혹은 L자 형태로의 회복이 이루어졌다.
COVID-19의 심각성과 유행 기간에 있어서 아직도 불확실성이 상당하므로, 항공수요 회복을 전망하기 어려우나, 대체로 다음 두 가지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전망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나리오 1: 수요 반등 후 느린 속도로 회복이 이루어지는 나이키 로고의 부메랑 형태 혹은 일시 회복 후 감소가 반복되는 W자 유형
시나리오 2: 완만한 회복이 이루어지는 U자 혹은 위축된 수요가 지속하는 L자 유형
2021년 세계 경제 및 항공수요 전망과 관련하여, 세계 경제는 2021년 7.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나, 대유행 이전과 대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낮다(WTO). 국제여객 좌석 공급 및 여객 수요는, 2020년의 부침을 거쳐, 2021년에는 5월을 기점으로 하여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국제여객 수익은, 시나리오 1의 경우는 2021년에는 5월, 시나리오 2의 경우는 7월을 기점으로 하여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장기적으로는, 항공 여객 수요가 2024년 이후에나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태지역의 경우, 국제여객 좌석 공급과 국제여객 수요는 2020년 4월까지 급락하였으며, 2021년 3월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나, 다른 지역 대비 증가율은 낮으며, 국제여객 수익은 2020년, 2021년 모두 부침이 반복되며, 2021년 4월부터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항공화물 산업 전망 및 시사점
2020년은, 항공화물 수요와 처리능력 공급 간의 극심한 불균형, 운임 체계의 극심한 불확실성, 작업자 안전 및 확보 문제를 포함한 운영상의 각종 난관, 심각한 재정 상황 등 초유의 상황들이 반복되는 한 해였다. 대유행 이전부터 이미 시작된 여객 수요의 감소추세를 대유행이 가속화 하였으며, 여객 수요의 대폭 감소, 화물 수요의 증가, 글로벌 단절 현상이 2021년 및 이후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에, 글로벌 물류시장은 17% 증가 그리고 항공화물(FTK)은 25% 증가가 예측되며(IATA), 의약품,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물량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화물 운송의 60%를 차지하는 여객기의 밸리스페이스 공급이, 2020년 4월에는 82%, 8월에는 67%가 감소하였고, 항공 여객 수요는 2024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며, 화물 수요는 지속 증가함에 따라 전반적인 화물 수급의 심각한 괴리는 최소한 2021년 전반기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수급 괴리를 완화하기 위하여, 2020년 6월 기준으로 광동체 화물기의 가동율이 일일 11시간으로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IATA), 화물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화물기는 2039년까지 60% 증가한 3,260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Boeing). 따라서, 2021년은 항공화물 시장에서의 뉴노멀에 대응하여, 계획, 서비스 공급능력, 오퍼레이션 프로세스를 적응해 나가는 시기이며, 2022년이 되어야 어느 정도의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여러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항공화물 산업의 대응 전략으로서, 수요가 급감한 수백 대의 여객기를, 중량화물은 벨리스페이스에 그리고 경량화물은 상부 데크에 적재하는 등, 세미화물기(preighter, passenger+freighter)로 전환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21년 이후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속한 전환이 가능한, 747기의 화물기 전환을 통해, 화물수용능력 부족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
백신 및 의약품 항공 운송과 관련하여, 현재는, 킬로 당 $2.5에서 $23로 급등하는 등의 높은 운송비를 감수하는 상황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냉동냉장 화물의 적재율을 높이는 포장 개발, 초저온 운송을 지원하는 기술 혁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는 백신의 대륙 간 운송 물량이 많지 않으나, 향후 유럽, 인도 등을 중심으로 물량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노멀 시대의 항공산업 발전 방안
COVID-19 대유행 및 이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향후 보다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 및 환경 관련 재난, 무역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갈등 등이 초래할 뉴노멀 시대에서 생존 발전하기 위한 대변신이 필요하다.
즉, 급격한 단기 변화에 대한 신속 대응이 가능한 유연성 극대화, 창의성과 차별성에 기반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및 프로세스 개발, 항공화물 공급체인 구성원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 및 투명성 확립, 재무구조의 대폭적인 조정 및 개선 등이 뉴노멀 시대에서의 생존뿐 아니라, 이를 기회로 하여 발전해갈 수 있는 핵심 전제가 된다.
2021년은 위와 같은 불확실성 요소들의 추가 변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프리 뉴노멀(pre-new normal) 기간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철저히 고객 니즈(needs)에 의해 주도되는 오퍼레이션 등 대변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뉴노멀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하여, 그동안 항공화물 산업은, 데이터 보안 등의 이유로, 항공화물 공급체인 구성원 간의 정보공유체계가 미비하며, 각 구성원들 간의 디지털화 수준 및 속도 괴리가 크다. 따라서, COVID-19가 초래한 뉴노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공화물 허브를 중심으로, 항공화물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디지털 전환과, 이를 기반으로 한 통합 및 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항공화물 산업에서도, 뉴노멀 및 전자상거래 시장의 요구 등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을 위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off-airport 체크인 시스템(Lufthansa Cargo), 고객 중심의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인 iCargo 시스템(American Airlines) 등이 구축되고 있다.
cargo.one의, 항공사와 포워딩 업체 간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공급체인 구성원 간의 견적 정보 실시간 공유 및 협업 지원, 각 지점에서 예약된 선적화물의 실시간 추적 등을 통해 투명성, 가시성,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항공화물 커뮤니티의 디지털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Qatar Airways에서는, 선적 추적을 위한 로보틱스 기반 자동화 시스템, Freightos의 WebCargo기반 ebooking시스템 운영 개시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동화 견적 및 가격 결정, 실시간 가용 시설 확인, 로보틱스 기반 시스템 통합 및 분석 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은, 항공화물 커뮤니티 간 연결성 강화를 통한 공급체인 통합 비즈니스 모델 도출, AI 등 첨단기술 및 로보틱스 기반 자동화, 항공화물 상품의 스마트화, 공급체인 구성원 간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한 전체 공급체인 가시성 확보 및 자산 관리 최적화, 고객 만족 극대화 그리고 이들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최대화를 위한 핵심 전제가 된다.
항공화물 공급체인 협력체계 확립과 관련하여, 각 구성원 간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인식 제고와 첨단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통해, 항공사, 공항, 지상조업사, 포워딩업체, RFS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럭운송 업체를 포함한 공급체인이, 가상 특송기업(virtual integrator) 형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즉, 항공사는 지상조업사 등 공급체인 파트너사에 대한 과다한 비용 절감 요구를 자제하여야 하며, 지상조업사는 공항 오퍼레이션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항공사 수익성 제고에 기여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공급체인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자상거래, 의약품 등이 항공화물 산업의 핵심 표적시장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하는 방식으로 뛰어들어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신속한 전체(end-to-end) 공급체인 관리를 위한 파트너 간 협력체계 확립; 화주와의 직접 대면을 통해 화주의 니즈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찾아내며, 고객 대상 마케팅 역할까지 수행하는 지상조업사 및 물류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협력; 항공화물에 특화된 시스템을 강화하며, 국제 항공화물 노선을 확대 유지하는 공항의 노력; 그리고 각 참여기업들을 하나로 묶고 공급체인 전체의 비용 및 리드타임을 최소화해주는 첨단기술 등이 핵심성공요인이 된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각 운송 수단에 대해 싱글 윈도우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E-freight 시스템이, 일대일로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시속 350km 컨테이너 열차가 개발되고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으므로, 아시아-유럽 간을, 항공 운송 대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7~9일에 운송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항공화물 시장은 24~48 시간 시장 등으로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으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이 없이는 생존 발전이 어려울 것이다.
특히 고객과의 최종 접점에 있는 포워딩 업체와 항공사 간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을 통해, 고객의 최신 니즈에 맞춤화된 서비스 상품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에 해 왔던 것처럼, 적재율, FTK, 비용 절감에만 매달려서는 생존 발전이 어려우며, 항공사, 공항, 지상조업사, 대리점(GSA), IT 및 시스템 개발사 등 공급체인 구성원들이 통합 연계하여,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전환과 아울러, 항공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지속가능성이므로, 탄소중립 오퍼레이션, 환경 친화 패키징 등을 포함한 그린 상품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맺는말
그동안 이미 생존의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대유행 이후 두 배 이상 급등한 차터 운임에 의존하여 버티고 있는 상당수의 화물항공사, DSV에 인수된 Panalpina처럼 전통적인 사업 영역만으로는 생존 발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포워딩 업체, 여객기 서비스의 대폭 감소로 인해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지상조업사 등 많은 항공화물 공급체인 구성원들이, 대유행 속에서 살아남아서, 뉴노멀 시대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항공산업 전체에 있어서,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신속 대응이 가능한 유연성 확보,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및 혁신 프로세스 개발, 항공화물 공급체인 얼라이언스 및 투명한 협업 체계 확립, 재무구조의 대폭적인 조정 및 개선 등 뉴노멀 시대의 발전전략 추진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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