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 소지를 놓고 택배사와 노조 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과로사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택배 분류작업 관련 합의파기와 관해 “사실관계가 왜곡된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전국택배노종조합과 참여연대 등 6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과로사대책위는 택배사의 합의 파기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조급히 촉구했다.
과로사대책위는 최근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진행한 1차 회의에서 택배사를 대표해 참석한 통합물류협회와 분류작업을 택배사의 업무로 합의했지만 2차 회의에서 이들이 합의 내용을 부인하며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택배사들이 분류인원 투입 약속을 3개월 동안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국토부가 이를 방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물량은 전년도 대비 50% 가량 증가했고 코로나19 확산세에 설 명절 특수기까지 더해지면서 1월 중하순에는 사상 최대 택배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통합물류협회는 과로사대책위의 합의파기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협회 측은 “애당초 택배 분류작업과 관련한 합의 자체가 없었다”며 “당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는 분류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리한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졌을 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과로사대책위가 보도자료에 기재한 “택배물량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미 작년 12월 전년대비 50%가 넘게 폭증한 상황”이라는 내용도 실제 수치와 차이가 컸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과로사대책위가 사전에 협회 측에 관련 수치나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택배기사 인원 증가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택배물량 증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현상을 왜곡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CJ대한통운, “대책위 인수지원인력 투입 관련 사실왜곡”
CJ대한통운 또한 “인수지원인력 투입에 관한 기초 사실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억지주장을 펼쳤다”고 반박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날 과로사대책위는 “CJ대한통운이 2259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했다고 발표했지만, 강북 강서 노원 동대문 양천 일산동구 여수 세종 등 지역은 이미 예전부터 기사들이 비용을 부담해 투입한 인력”이라며 “지난해 추석기간 분류작업 인력을 1000명 투입했다고 밝힌 부분에 관해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과로사대책위가 파악한 결과 실제 투입인력은 350여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현재 택배 종사자 보호대책을 성실히 이행 중이며 진행사항도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현장 구인난에도 12월말 현재 2370명의 인수지원인력이 투입됐으며, 오는 3월말까지 투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해당 지사 소속의 15개 서브터미널에는 12월말 현재 228명의 인수지원인력이 일하고 있으며, 이중 44.7%인 102명은 지난해 10월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발표 이후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로사대책위가 주장하는 ‘2회전 배송을 위한 인력 투입’은 전체 인원의 55.3%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이들에게 지급된 비용은 회사와 집배점 협의에 따라 추후 정산이 이뤄졌다.
CJ대한통운은 과로사대책위가 이들을 ‘2회전 배송 위한 인력’이라 부르고 있는 것도 현장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2회전 배송은 집배점과 택배기사들이 오전 배송을 통해 전체 배송량을 늘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서 생긴 새로운 일거리다.
지난 10월 이전 현장에 투입돼 있던 인수지원 인력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동분류기 휠소터를 도입한 CJ대한통운만의 특수한 작업방식을 고수했다. 휠소터 도입으로 여러 명의 택배기사 인수작업을 1명이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강도가 낮아지게 됐다. 2회전 배송은 휠소터 도입으로 새로운 작업방식이 가능해지면서 생겨난 효율적인 배송형태 중 하나로 과로사대책위 주장은 결과를 원인인 것처럼 왜곡한 주객전도라는 게 택배 현장의 설명이다.
과로사대책위가 발표한 서브터미널 목표대비 투입비율 일부 수치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과로사대책위가 사례로 든 15개 서브터미널의 목표대비 투입비율도 62.6%로 전체 서브터미널 목표대비 비율인 59.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과로사대책위가 자신들의 주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정상적인 종사자 보호대책 이행에 대해서도 악의적으로 낙인을 찍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는 택배기사와 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진행 경과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박재형 기자 홍광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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