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8 10:18

송년특집 / [2020년 10대 뉴스] 04 국내 최대화주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꿈’ 불발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해운물류자회사를 설립하려다 국내 해운항만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사건은 올 한 해 큰 주목을 받았다.

포스코는 2020년 5월8일 열린 이사회에서 본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널 등으로 분산돼 있는 물류업무를 통합 수행하는 물류자회사 설립을 의결했다. 포항제철 시절이던 1990년 거양해운 설립 이후 30년 만에 다시 해운물류시장 진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신설법인 가칭 포스코GSP의 외형은 매출액 3조원, 연간물동량 1억6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는 설립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연내 출범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은 국내 해운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해운협회 항만물류협회 등이 가입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내 최대 화주의 해운물류 생태계 교란 행위를 비판했다.

연합회는 포스코 이사회 전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 진출로 귀결돼 해운산업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고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같은 다른 대량화주가 해운물류산업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포스코의 해운물류시장 진출 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부산 시민단체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항발전협의회도 공동성명서를 통해 “재벌기업들의 고질적인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사업 확장은 기업 경쟁력을 좀먹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도 2만명에 이르는 외항선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포스코의 물류업 진출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5월19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서울 당주동 포시즌호텔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측에 물류자회사 설립 중단을 호소했다. 한해총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해운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정부의 3자물류 육성 정책에 전면 배치되는 것은 물론 국내 1위 세계 7위 기업인 한진해운 파산의 원인이 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의 병폐를 되풀이하는 상황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포스코의 물류업 진출을 반대하는 근거가 됐다. 당장 포스코만 하더라도 30년 전 제철장학회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설립한 거양해운을 불과 5년 만에 한진해운에 매각하며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진출한 해운업에서 철수했다.

세계 3대 광산회사인 브라질 발레도 2000년대 후반 40만t(재화중량톤)급 초대형 벌크선 30여척을 중국조선소에 발주하며 화려하게 해운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자가물류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하고 관련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도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문제는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월26일 열린 해양수산부 종합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3자물류가 물류기본정책인 우리나라에서 시장 교란 행위이자 물류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물류자회사 설립보다 본연의 업무인 철강에 집중하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업계와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은 포스코가 결국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함으로써 2020년을 뜨겁게 달군 국내 최대 화주의 빗나간 행보는 막을 내렸다. 포스코는 11월12일 내부적으로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윤재갑 의원 측에 전달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해운협회는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해 “포스코가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철회한 건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과 해운이 상생 협력을 통한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양보한 통큰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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