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8 16:04

더 세월(57)

저자 성용경 / 그림 하현
50. 진실 공방(1)


선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와 CCTV, 차량 블랙박스에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물증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2017년 4월 3일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 펄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한 대가 복구에 들어갔다.

내장된 반도체만 괜찮다면 3년 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 있던 휴대전화라 하더라도 데이터 추출은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포렌식 데이터 복원으로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인양된 세월호의 조타실 시계는 10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선체가 108도가량 기울면서 급속도로 침몰하기 시작한 시간이다. 이때 선내 전기 공급이 정지되고 비상발전기가 멈췄으리라. 

2017년 9월 15일 세월호 화물칸에 실려 있던 자동차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화물칸 블랙박스 8개에서 43개 데이터를 복구했다. 사고 당시 화물칸의 전체 상황을 알 수 있는 데이터였다. 침몰한 날 8시 50분께 화물차가 미끄러지면서 선체를 뚫어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장면도 들어있었다.

블랙박스에 내장된 충격감지기(G센서) 분석 결과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어 차량이 한 쪽으로 쏠릴 때 큰 충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잠수함 등 외부충격이 아님은 분명했다.

선체는 21도에서 47도까지 1분 사이에 급격히 기울었다. 이 상태로 표류하다 빠르게 침몰했다. 47도일 때 물이 C갑판 창문과 환기구를 통해서 들어왔다. 일반화물이 침수된 시점은 9시 50분이다. 자동차가 미끄러진 후 1시간 만이다. C갑판은 화물차만 있었고 D갑판은 승용차와 일반화물이 혼적돼 있었다.

휴대전화 일부가 복구된 가운데 희생자들의 영상이 재조명되었다. 피해자들의 마지막 영상에는 부모에 대한 미안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도 사랑해요.”

“엄마 무서워요.”

“엄마 살려줘요. 다리 아파요.”

“엄마 아빠 미안해.”

그날의 안타까움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게 아니었다. 

선조위는 5월 26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 사무실에서 제1차 소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1소위원회(권영빈 소위원장)는 미수습자와 유류품 수습 현황, 선체조사 계획, 휴대전화 포렌식 사례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휴대전화 2대 속 사진, 영상, 음성 등 미디어 파일과 문자메시지, 통화목록 복구에 성공한 결과를 공개했다. 2소위원회(김영모 소위원장)는 선체보존 검토, 화물계측 검토와 선체보존 세미나 전문가 활용 등을 논의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서정민 가족과 이순정 가족이 함께 광화문 세종회관 지하의 이탈리아 식당에 모였다. 커다란 케이크 하나도 마련했다. 두 가족의 어른들도 모임에 함께했다. 서정민의 어머니 윤수조 여사와 이순정의 아버지 이팔봉 회장. 두 사람은 이 자리가 첫 만남이지만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이미 간접적으로 서로에 대하여 많이 들은 덕분이다. 

윤수조 여사가 이팔봉 회장보다 세 살 많으나 초등학교 동창같이 보인다. 고희에 접어든 이팔봉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부쩍 늙었다. 큰딸을 세월호에서 잃은 후 많이 상심한 탓인지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무엇보다 상처 입은 마음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함께 케이크를 자르시죠.” 

이팔봉 회장이 윤수조 여사에게 플라스틱 칼자루를 보이며 말했다. 지켜보던 손자 준호와 준서가 재촉했다.

“할머니 그렇게 하세요.”

케이크는 멋있게 잘렸다. 

준호와 준서는 고3과 고1이 됐다. 세월호가 세월을 삼킨 덕분인지 그들은 3년의 세월 동안 훌쩍 컸다. 이순정의 언니 이순애의 딸 홍소라도 중2가 됐다. 

소라가 ‘어머니의 마음’을 노래할 때는 두 어른은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세월호 당시의 아픈 기억이 생각났을 것이다. 

“너희들이 잘 커 줘서 고맙다. 이렇게 모이니 내가 행복하구나.”

이팔봉 회장은 감격의 눈물을 좀처럼 거둘 수 없었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고 나서 그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마치 주머니에서 유언장을 꺼내는 것처럼.

“너희들이 직접 말하지 않으니 내가 말하겠다.”

모두의 시선이 이팔봉 회장에게 집중됐다.

“서 사장과 순정이는 이제 어색한 관계는 끝내거라. 지금부터 한집에 살 준비를 해라. 너희들만 좋다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발언에 당황한 건 서정민과 이순정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윤수조 여사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이 결혼하란 말씀이신가요?”

이팔봉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그만하면 된 것 같아요. 서로에게 의지가 될 거예요.”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정민과 이순정의 결혼 이야기는 더 이상 안 하기로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다른 화제에 빠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어른의 말씀에 어리둥절한 서정민이 일부러 화제를 바꾸었다.

“오늘 속보에서 여당 대표가 청와대에 세월호 사고를 처음으로 보고한 시간을 조작했다고 하던데 한번 체크해 봐야겠습니다.”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을 보고한 시점이 최초 9시 30분이었다가 6개월 뒤 10시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보고와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여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고의적으로 조작했다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사고의 책임을 안전행정부에 떠넘기기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컨트롤타워로 명시한 대통령 훈령 318호 ‘국가위기관리 지침’도 불법적으로 사후 변경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김관진 안보실장의 지시로 내용을 변경했다는데….”

서정민이 이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나 급했으면, 빨간 펜으로 줄을 긋고 내용을 변경했을까요.”

이순정이 뉴스에서 들은 바를 말했다. 뉴스에서 새 정부는 전 정권에서 일어난 불법 수정을 공용문서 훼손 및 직권남용으로 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탄핵된 뒤 3월 31일 구속됐다. 이런 마당에 30분이 무슨 조작이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1분 1초를 다퉈서라도 최선을 다해 구조하라”고 한 대통령이 정작 퇴선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 30분을 허투루 흘려 보냈다는 비판도 비등했다. 국민 앞에 나타난 것이 7시간 후가 아닌, 7시간 반이나 지난 후라는 사실은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창작물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기업 지명 등은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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