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사고로 유실된 컨테이너 화물이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컨테이너총중량검증제(VGM) 시행과 포장, 쇼링·래싱(고정·고박) 법규 정비 등 전 세계적으로 안전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한 게 화물 유실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선사협의회(WSC)에 따르면 최근 3년(2017~2019년) 동안 연평균 779개의 컨테이너가 전 세계 바다에서 유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WSC는 “유의미한 개인 손실은 없었지만 안전과 관련해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WSC는 유실된 화물이 매년 선적되는 컨테이너의 1000분의 1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규제와 안전의 변화는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컨테이너 적재 전 컨테이너의 총중량을 검증해야 하는 VGM은 지난 2016년 전 세계에서 시행됐다. 컨테이너 화물 중량이 잘못 보고되면 선박의 복원성 확보가 어려워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14년 11월 선박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해상인명안전에 관한 규칙(SOLAS)’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6년 7월1일부터 수출 컨테이너 화물의 해상운송시 화주가 검증된 중량을 선사 등에 제공하는 컨중량 검증제가 국제적으로 실시 중이다.
앞서 2014년 실시된 포장 법규 강화 또한 컨테이너의 안전성 제고에 기여했으며, 래싱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제표준화기구 지침 개정도 컨테이너 유실 방지에 도움을 줬다고 WSC는 밝혔다.
WSC가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12년 동안 매년 평균 1382개의 컨테이너가 바다에서 손실됐다. 사고 발생으로 유실된 컨테이너가 네 자릿수에 달한 건 2011년 2013년 2014년 2016년 2018년이다. 2017년은 사고 규모가 가장 적었던 해였다. 특히 2013년엔 5000개를 웃도는 컨테이너 박스가 해상에서 유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MOL의 8000TEU급 컨테이너선 <엠오엘컴퍼트>(
사진·MOL Comfort)가 인도양에서 두동강나는 사고를 당했다. 바하마 선적의 이 선박은 사고 당시 4382개의 컨테이너(7041TEU)를 싣고 싱가포르항을 출항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향해 운항 중이었으며, 폭풍우 속에서 항해를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에는 스위스 컨테이너선사 MSC의 3029TEU급 컨테이너선 <리너>(Rena)호가 뉴질랜드 해상에서 좌초, 1000개를 웃도는 컨테이너가 바다로 떨어졌다. 이 선박은 2011년 10월 컨테이너 1351개를 싣고 네이피어항에서 타우랑가로 이동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로 350t가량의 기름이 유출됐으며 88개의 컨테이너가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작년 6월엔 양밍해운의 선박이 뉴사우스웨일스 인근 해상에서 악천후로 컨테이너 박스 83개가 바다로 떨어졌고 30개의 박스가 손상되는 사고를 당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6월엔 그리스계 해운기업 나비오스가 호주 남서부 해안에서 기상 악화로 3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유실했다.
WSC는 12년간의 데이터를 통해 평균 컨테이너 손실 추이를 살펴보는 게 흥미롭다고 전했다. 2008~2010년 연평균 675개에 머물렀던 선박 사고와 관련한 컨테이너 총손실은 2011~2013년 연평균 2683개로 4배 가량 폭증했다.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총손실은 감소했고 최근 3년(2017~2019년) 평균 연간손실은 779개에 불과했다. 2011~2013년과 비교하면 71% 급감한 수치다.
존버틀러 WSC 사무총장은 “컨테이너 박스 유실 감소에 업계가 고무되고 있다”며 “매년 바다에서 손실되는 컨테이너의 수를 가능한 0개에 가깝게 만드는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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