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4 15:03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어떻게 변화할까?

기고/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법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비판하지만, 소를 잃었기 때문에 외양간을 고쳐야 할 필요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외환 건전성을 확보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 기능을 강화해 오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뼈아픈 경험 후에,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위기에 처해 본 자가 위기 극복 방법을 알지 않겠는가?
 
포스트 코로나의 컨셉

IMF는 2020년 세계경제가 1930대 대공황 이후 가장 흉악한 경제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다. 코로나19라는 이례적 감염병이 2020년을 휩쓸었다면, 그 자리에는 감염병 대응력이 한층 강해진 나라가 서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보건 및 방역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면, 이후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수요의 레벨이 한층 올라간 채로 향후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밖에도 비대면 서비스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다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전 수준보다 한층 높은 수준으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코로나19는 일시적 변화만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코로나19가 가져올 5대 변화

첫 번째 구조적 변화는 ‘보건 정부’의 등장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음압 병상, 음압 구급차, 체온계, 마스크 등을 포함한 보건 및 방역시스템의 수요가 급증했으나,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매우 컸고, 향후 에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전염병 방역시스템을 공고히 할 것으로 예견된다. 정부의 R&D 예산도 보건 및 방역시스템 고도화라든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세균 국무총리가 2020년 4월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의 외청으로 승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당도 이를 총선 공약에 포함 시킨바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독립 혹은 승격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글로벌 벨류 체인(Global Value Chain, 이하 ‘GVC’) 상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지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이미 제조업 회귀현상이 전개되어 왔다. 세계적으로 해외직접투자 유입액(Foreign Direct Investment Inflow)은 2015년 20,338억 달러 규모를 기록한 이후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2018년에는 12,972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국내 주력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부품의 공급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중국, 미국, 유럽 등). 코로나19 사태는 GVC 상의 일부 부문을 해외에 의존하기보다 자국에 집중하는 현상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주요 정책들 중 하나로 리쇼어링 정책(U턴 기업 지원정책)을 이행하고 있다. GVC가 약화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셋째, 비대면 서비스(Untact service)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 됨에 따라 온라인쇼핑과 게임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다. 과거 비대면 서비스는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반강제적으로’ 소비자 전체로 확산했다. 온라인쇼핑이 급증하면서 지급결제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온라인 교육 및 화상회의가 도입되면서 ZOOM과 같은 플랫폼 사용자가 급증했다. 공적 마스크의 실시간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굿닥과 같은 플랫폼 사용자도 크게 늘었다. 플랫폼을 경험해 본 사용자들은 편리성과 유용성을 인식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넷째, 사회·문화도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를 즐기는 필자는 동호인 테니스 풍경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테니스 경기는 통상적으로 네트 앞에서 상대편과 악수를 하며 시작하고, 경기 중 파트너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응원한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접촉을 최소화한 채 라켓을 부딪치며 인사하고, 응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에티켓도 자리 잡게 되고, 기침할 때 팔꿈치를 이용하는 교육도 확대되었다. 한국을 상징하던 집단주의(collectivism) 문화도 쇠퇴하며, 개인주의(individualism)로의 전환이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도 마찬가지다. 대면보고와 대면회의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도 효율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보고와 재택근무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보급도 확대되고 고도화될 것이다. 비대면 회의의 편리성을 경험한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이를 더욱 활용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회식문화가 상당 비중 줄어들고, 유연근무제도가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G7 재정부 장관 회담, G20 정상회담, IMF 정기 미팅 등과 같은 국제 주요 회담들이 화상으로 진행되었고, 이는 향후 공공 및 민간 조직 내에서 실시간 화상 회의 및 교육의 활용이 늘어날 가능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와 대응

외양간을 어떻게 고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또다시 소를 잃지 않도록 말이다.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 펼쳐질 변화를 그려보고, 그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겠다. 제조기업들은 GVC의 변화를 인식하고, 생산기지 이동 및 다변화를 검토하며, 정책적인 지원들을 활용해야 한다. 사회문화 및 조직문화의 변화에 걸맞은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들도 그런 변화에 기초해 유망한 영역으로의 진로를 설정하고, 요구되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투자 의사결정 면에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고, 기업과 가계가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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