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이 20년간의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0년 1월 설립된 KP&I는 지난 20년간 선주상호보험 시장 개척을 통해 현재 회원사 239곳, 가입선박 1063척, 보험료 3000만달러의 중견 P&I 보험사로 성장했다. 2010년 이후 해외 시장에 진출해 베트남 등 7개국에서 50개 선사 150척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KP&I의 실적 성장은 지급능력 제고와 국제 신인도 구축, IG클럽(P&I보험사 카르텔) 회원사와의 제휴 등이 밑바탕이 됐다.
KP&I의 순자본(free reserve)은 지난해 말 531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당시의 34억원에서 15배 성장했다. 자산은 20년 전 34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44배 늘어났다.
특히 지급능력의 척도인 수입보험료 대비 순자본율은 IG클럽 평균 158%를 크게 앞서는 182%를 기록 중이다. 12개 이사사가 약 43억원의 출자금을 순자본인 출연금으로 전환하는 등 재무건전성 제고에 힘을 보탠 결과다.
국제적인 신인도를 높인 것도 큰 성과로 지목된다. KP&I는 미국 보험회사 전문 신용평가기관인 AM베스트사에서 8년 연속 A-(엑설런트) 등급을 받았다. 조합의 보험사고 지급능력이 세계적인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IG 소속인 스웨덴의 스웨디시클럽이나 영국 웨스트오브잉글랜드와 동일한 등급이다.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KP&I는 미국 싱가포르 중국 홍콩 인도 일본 영국 파나마 마셜제도 라이베리아 등 47개국에서 인정보험자로 지정됐다. 전 세계 선복량의 83%를 상대로 보험 영업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KP&I는 IG클럽 소속 스탠더드와 브리태니어와의 공동인수제휴 협정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주요 해운거래에서 P&I보험 계약은 IG클럽이 독점해왔다. 선박금융계약이나 용선계약 물품매매계약 등에 관행적으로 삽입되는 IG클럽 의무 이용(IG Club Only) 조항 때문이다. 국내 대형선사들도 이 같은 계약 조건을 이유로 국적 P&I 대신 외국 P&I를 주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KP&I는 IG클럽 회원사와 제휴를 맺는 방법으로 계약 상의 걸림돌을 걷어낼 수 있게 됐다. 공동인수 상품을 통해 LNG운반선이나 초대형 유조선(VLCC) 등 선종이나 선박 크기, 항해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선박 인수가 가능하다. 지난 2월20일 마감된 P&I 보험 갱신에서 71척이 제휴 프로그램을 통해 KP&I 선단에 합류했다. 보험료 규모는 388만달러에 이른다.
국적해운사들의 토종 P&I 이용 캠페인도 약관의 나이에 들어선 KP&I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선주협회 회장단은 장기운송계약 투입 선박의 30%를 KP&I에 우선 가입시키기로 결의하고 P&I보험 갱신에서 24척 142만달러가 KP&I와 계약했다. 올해 인도되는 선박 9척(60만달러)도 KP&I에 가입하기로 약정을 마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KP&I는 지난 20년간 담보한도를 10억달러로 높이고 IG클럽과 제휴하는 전략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국내 P&I 시장의 80%를 독점한 해외 P&I보험사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해왔다”며 “최근 대형사고로 지난해 42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향후 대내외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앞으로 손해율이 높은 비수익상품이나 노후선 위험선종을 배제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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