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에 서서히 접어들고 있다. 플러스성장으로 1분기를 마친 동남아항로는 2분기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도시봉쇄(록다운) 조치를 취한 지역의 수요 감소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32만56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34만6100TEU에 견줘 5.9% 감소했다. 전달인 3월에 비해선 10%나 감소해 선사들이 느끼는 체감시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수출화물이 전년 대비 8.8% 감소한 16만8300TEU, 수입화물이 2.7% 감소한 15만7300TEU였다. 올 들어 플러스증가율을 이어갔던 수입 물동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가별로 8곳 중 5곳이 하방곡선을 그렸다. 1위 점유율의 베트남이 1년 전에 비해 6% 감소한 9만8700TEU, 3위 인도네시아는 5% 감소한 4만400TEU, 4위 말레이시아가 14% 감소한 3만5000TEU를 각각 기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강력한 봉쇄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필리핀은 58% 후퇴한 9500TEU에 그쳤다.
반면 2위 태국이 1% 증가한 5만1000TEU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대만이 10% 성장한 3만9900TEU, 싱가포르가 12% 성장한 2만1400TEU의 선전을 보였다.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공산품 등에서 호조를 띠고 있지만 자동차 중심으로 부진을 보이고 있다”며 “봉쇄정책이 길어지면서 공장 가동도 줄고 소비도 감소하면서 해운시장 분위기도 점점 침체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4월은 선사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 영업력을 바짝 조이는 시기”라며 “코로나사태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선사들의 목표도 불투명해졌다”고 진단했다.
수요 부진을 배경으로 운임도 약세를 띠었다. 전 구간에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상하이발 동남아항로 운임은 베트남 호찌민 130달러, 태국 램차방 124달러, 말레이시아 포트클랑 167달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03달러, 싱가포르 163달러로,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한 달 전에 비해 50~60달러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230달러대를 호가하던 베트남행 운임은 반년이 채 안 돼 100달러가 증발하고 말았다.
동남아항로 운임은 1월과 3월 홀수달엔 상승세, 2월과 4월 짝수달엔 하락세를 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주다가 시황 부진으로 하락세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선사들은 4월1일부터 저유황유할증료(LSS)를 기존 70달러에서 100달러로 인상했다. 적용기간은 6월까지다.
선사 관계자는 “시황 하락으로 운임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국발 베트남항로 운임은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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