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국내 조선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선주들이 발주를 연기한 탓에 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효자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가 올 들어 뚝 끊기며 일감 확보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90%를 웃도는 글로벌 LNG선 수주 점유율을 기록했던 한국 조선사들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바뀐 것이다. 조선사들은 러시아·카타르·모잠비크 등의 LNG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발주 시기가 불투명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빅3 1분기 수주액 56% 감소
지난해 두 자릿수였던 LNG선 발주 척수가 올 들어 전무하면서 조선사들은 올 1분기에 기대치를 밑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빅3’는 1분기 액화석유가스(LPG)선 2척, 셔틀탱크선 5척, 호위함 1척, 초대형유조선(VLCC) 1척 등 총 9척을 수주 장부에 올렸다. 수주액은 약 11억8000억달러로 전년 26억6700만달러 대비 55.8% 급감했다.
선박 발주가 크게 줄어든 탓에 조선사들은 저조한 수주액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선박 수주액은 4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2억6700만달러와 비교하면 79.8% 폭증한 실적을 냈다. LPG선 2척, 호위함 1척 등 총 3척이 수주 리스트에 올라온 선박들이다. 전년 동기엔 LNG선 LPG선을 각각 1척씩 수주한 바 있다.
지난해 1분기 전 세계 조선사들 중에서 LNG선을 가장 많이 쓸어 담았던 삼성중공업은 올해 셔틀탱크선 3척을 수주고에 올렸다. 올해 수주액은 전년 13억달러 대비 76.9% 급감한 3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LNG선 7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액은 3분의 1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선사의 1분기 수주액은 4억달러로 전년 11억달러 대비 63.6%나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LNG선 3척, 탱크선 6척 등 총 9척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셔틀탱크선 2척과 VLCC 1척을 수주 장부에 올렸다.
1분기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기업별 수주액은 10억달러를 밑돌았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발주량 급감이 영향을 미쳤는데, 건조단가가 높은 LNG선이 수주 리스트에서 빠진 게 뼈아팠다. 조선사들은 지난해 1분기에만 11척의 LNG선을 수확한 바 있다.
17만4000CBM(㎥)급 LNG선 평균 신조선가는 1억8000만달러~2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VLCC는 LNG선의 절반인 9000만달러~1억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역시 1억1000만달러 안팎에 그쳐 LNG선에 한참 못 미치는 신조선가를 형성하고 있다. 다른 선종과 비교해 건조단가가 월등히 높은 데다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선사들의 목표 달성률도 10%를 밑돌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4.1%, 삼성중공업은 3.6%, 대우조선은 5.5%의 목표 달성률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기록한 17% 13.1%와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지난해 1분기엔 LNG선 수주가 가장 많았던 삼성중공업이 두 조선사를 제치고 17%의 목표 달성률을 거둔 바 있다.
대형 LNG선 프로젝트 발주시기 ‘불투명’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선사들은 러시아·카타르·모잠비크의 대규모 LNG선 발주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내 총 1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발주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돼 조선사들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라는 글로벌 이슈에 발주가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게 조선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선주들로선 급하지 않다면 발주 시기를 언제든지 지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유가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전무하다는 점도 조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지 않는다면 조선사들이 연내 수주를 목표로 진행 중인 협상들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상황에서 성과를 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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