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
서렌더 선하증권은 무역실무상 필요에 따라 출발지에서 선하증권 원본을 이미 회수된 것으로 처리함으로써 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을 소멸시켜 수하인이 양륙항에서 선하증권 원본 없이 즉시 운송품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서렌더 선하증권으로 진행되는 화물 운송 과정에서 도착지 운송주선인이 신용장 거래가 결부돼 있는 원본 선하증권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고, 화물을 반출하는 경우, 신용장 발행 은행 측에서 운송주선인에게 무단 화물반출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운송주선인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대법원 2019년 4월11일 선고 2016다276719 판결)을 평석의 대상으로 한다.
2. 사실관계
가. 피고는 중국의 운송주선인인 YINKOU INT. FREIGHT AGENT CO.(이하 ‘잉코우’라고 한다)의 국내 인도대리업무를 위임받은 이행보조자이다.
나. 수입업자인 유한회사 대일농산(이하 ‘대일농산’이라고 한다)과 중국 수출업자인 대련 금탑식품유한공사 사이의 중국산 냉동고추(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를 수입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의 결제방식은 전신환송금 방식이다.
다. 이 사건 화물의 운송 당시 개입권을 행사하여 운송인이 된 잉코우가 발행하여 실제 운송인인 선박회사 장금상선 주식회사와 운송인의 국내 선박대리점인 피고에게 그 내용을 통지한 선하증권은 서렌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이다.
라.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결제방식이 신용장 거래에서 전신환송금 방식으로 변경 된 사실을 모르고 신용장을 개설하여 이 사건 화물 반출 이후에 신용장 매입은행에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고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는 선하증권은 운송인이 이중으로 발행하여 선박회사나 피고에게 알리지 않은 선하증권으로 보인다.
3. 법원의 판단
가. 원고가 소지하고 있는 선하증권이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원본 선하증권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수하인인 대일농산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할 당시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 사본 이외에 이중으로 발행된 원본 선하증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 사본 중 일부 선하증권에 수하인이 원고로 기재됐다가 대일농산으로 변경됐는데도 당초 기재되지 않았던 신용장번호가 기재되는 등 전신환송금 거래방식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 기재가 있다.
그러나 신용장번호는 상법상 선하증권의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고, 이 사건 화물 운송 당시 운송 관계자들이 인지한 선하증권은 이 사건 서렌더 선하증권이었으며, 피고가 선하증권의 발행인인 운송인 잉코우의 담당 직원에 게 직접 전신환송금 거래인지 여부와 서렌더 선하증권 발행 여부를 확인했다.
피고가 운송인과 선박회사의 통보나 지시를 믿고 그에 따라 수하인인 대일농산에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했으므로, 피고는 운송인의 선박대리점으로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고 이에 더 나아가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위조했거나 이 사건 매매계약의 거래방식을 허위로 고지했는지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4. 평석
서렌더 선하증권은 정식의 선하증권은 아니다. 따라서, 권리증권성, 문언증권성, 상환증권성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운송물 수령증으로서 운송계약관계를 증명하는 서류일 뿐이므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렌더 선하증권에 수하인으로 표시된 자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운송과정에서는 서렌더 선하증권이 사용됐다. 그러나, 은행에게는 신용장 번호 등이 기재돼 있고, 서식도 다른 별개의 선하증권이 교부돼 신용장대금을 지불한 은행 측이 국내 운송주선인을 상대로 원본 선하증권을 확인하지 않고 물건을 반출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내 운송주선인이 주의의무를 해태했는지에 대해서, 화물인도지시서 발행 당시 수출지 운송주선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서렌더 선하증권 이외에 다른 선하증권이 있는지까지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서렌더 선하증권 관련 실무상 원본 선하증권이 발행된 후 송하인이 서렌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그 원본 회수 여부는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의 문제이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서 국내 인도 업무를 할 뿐인 국내 운송주선인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운송주선인이 수출지 운송주선인으로부터 통보받은대로, 서렌더 선하증권의 실무에 따라 수하인으로 기재된 자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했다면, 그에게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취지로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단은 합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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