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7월1일 출범하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성공적 항해를 기원하는 한편 해상교통 안전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해양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전문가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단순한 선박관리가 아닌 입체적인 해상교통관리 필요”
한국해양대학교 이은방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해양교통안전공단의 출범을 기대하며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단 출범을 계기로 해상교통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수 있도록 안전관리 역량이 제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방에서 대비, 대응, 복구로 이어지는 해양안전 역량을 키워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상교통 안전관리 주체는 제각각이다. 여객선은 해양수산부와 선박안전기술공단이, 화물선은 해수부와 선박 소유자가, 유도선은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이, 어선은 자지치단체와 시장군수구청, 수협중앙회가, 낚시어선은 자치단체와 시장군수구청이 각각 안전관리를 맡고 있다.
현재 육상교통에서는 약 50% 이상의 인력이 교통관리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해상에서는 관리 부처가 나눠져 있는 데다 컨트롤타워 기능이 가능한 총괄조직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번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은 해양교통 안전체계 구축은 물론, 선박안전관리, 기술연구, 안전문화 등을 중심으로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분산돼 있다”며 “앞으로 출범하는 공단이 해양교통안전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순한 선박관리가 아닌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해상교통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사고방지센터를 설립해 사전에 해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이 교수는 해양사고 리스크 기반 대응을 위한 데이터 수집 분석 가공 등 종합적인 해양사고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해양사고방제 센터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육상 산업안전에는 녹십자 심벌이 안전제일 문화를 선도하고 있듯이 해양도 안전도 제고를 위해 이번 해양교통안전공단 출범을 시발점으로 청십자(가칭)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이 교수는 해상교통 가족이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피해지원, 교육지원, 법률, 연수지원, 복지지원, 미래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전문가들, 어선 집중관리 ‘한 목소리’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안전관리를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통안전공단 김기용 연구위원은 육상과 해양에서의 사고를 비교하며 데이터를 이용한 재발방지 시스템 구축에 대해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선의 해양교통 사망사고 비율은 2014년 28.5%에서 2018년 87.3%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사고 발생원인으로 인적과실이 91.4% 기계결함이 7.3%, 기타가 1.3%로 나타났다. 경계소홀, 충돌회피 동작 부적절, 안전수칙 미준수, 기관설비 취급불량, 화물적재불량 등이 인적과실로 이어지며 사고률을 키웠다.
김 교수는 해양교통안전 수준 향상을 위해 어선에 대한 집중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낚시 어선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고 자동선박위치발신장치 관리와 어선 선주·선장 등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해양교통 안전성을 향상하기 위해 집중관리 및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조업 및 운행환경을 첨단기술 및 정보활용, 체험중심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자료의 체계적 관리를 기반으로 안전정보 생성 및 활용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박통항로 안전관리 신뢰성 제고, 차세대 해양안전종합관리 체계 구축, ICT 기반 항행안전정보 제공체계 구축, 차세대 전자해도 개발 등을 이뤄내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대형선과 달리 상황이 열악한 어선의 집중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협중앙회 정상욱 실장은 “상선은 첨단장비가 많지만 5t 이하 어선은 장비가 열악하다”며 “R&D 사업을 거쳐 어선에 적합한 안전장비를 구비하는 한편, 교육예산을 늘려 교육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양수산부 김종모 팀장은 “10t 미만 어선 내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면 집중도가 떨어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촘촘한 원인분석시스템이 필요하며광역단위에라도 교육 제공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대형선 전문가는 많은 반면, 10t 미만 전문가는 거의 없어 인력 중소조선전문가 채용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윤준호 의원은 “그간 속수무책으로 벌어지는 해양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커져왔지만,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이제 개별 선박에 대한 규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양교통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기술적인 지원과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는 데 내실을 기해야 한다”며 해양교통안전공단이 빠르게 제 역할을 찾고 해상안전의 중추로 자리매김할 것을 당부했다.
이연승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은 “최근 해양레저 활성화 등 해양교통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와 함께 아쉽게도 해양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기상악화 등 복잡해진 해양환경에 따라 해양교통안전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양교통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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