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 운임이 중국발 물량 증가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첫째 주부터 한 달 간 진행된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끝난 데다 중동 바이어들의 구매력 상승으로 물량이 크게 늘어나며 운임회복에 힘을 싣고 있다. 선사들은 100%의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을 기록하며 화물을 선적이월(롤오버)하느라 분주한 한 달을 보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안감을 느낀 중동 수입업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발 건설프로젝트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중국의 물가 상승을 예상한 화주들이 선구매를 늘리고 있다는 평가다. 선사 관계자는 “라마단 이후 중국발 중동행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선복이 중국에 대거 할당되며 국내 화주들이 선복수배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들의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도 화주들의 선복부족에 힘을 보태는 요인 중 하나다. 운임은 자연스레 상승세로 이어졌다. 6월7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아만·홍해항로 평균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40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620달러와 비교해 200달러 이상 상승했으며,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8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6월 400~500달러대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취항선사들은 성수기가 도래하는 시기를 맞아 운임인상(GRI)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운임이 상승세인 시기에 GRI를 실시해 중동 노선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을 비롯한 주요 취항선사들은 이달 중순 박스당 150~250달러의 GRI를 실시했다.
선사들은 올해 하반기 선복이 더욱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월부터 전 해역에서 시작되는 황산화물(SOx) 배출규제 대응을 위해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빠질 거란 설명이다. 최근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 설치를 선호하는 선사들이 늘면서 조선소로 향하는 선박이 하반기에 몰려 선복 부족이 예상된다. 스크러버 설치기간은 약 6주로 9~12월 스크러버 설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사 관계자는 “항로에서 배가 빠지면서 선복이 부족해져 운임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해운은 한국과 중동을 잇는 컨테이너항로를 더욱 강화한다. 고려해운은 현대상선의 선복을 빌려 ‘KME(Korea Middle-East Express) 서비스를 7월4일부터 개시한다. KME는 광양-부산신항-닝보-가오슝-서커우-싱가포르-포트클랑-제벨알리-담맘-소하르-포트클랑-싱가포르-광양을 순회하는 노선이다.
현재 이 노선에는 현대상선이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배선하고 있다. 이로써 고려해운은 한국발 제벨알리향, 소하르향 노선을 주 2항차로 강화하는 한편, 담맘을 신규 취항하며 물류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대하게 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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