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자에 이어>
(2) 히말라야약관과 상법 규정과의 관계
상법 제798조 제2항은 헤이그 비스비규칙의 규정을 수용해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에 대해 제기된 경우에 그 손해가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직무집행에 관해 생긴 것인 때에는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란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 등에 따라 운송인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말하므로 일반적으로 운송인의 지휘·감독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적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는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독립적 계약자는 위 상법 규정에 근거해 운송인의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우리 상법상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은 히말라야 약관이 없더라도 위 법조항에 기해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으나 독립적 계약자는 히말라야 약관에 그 수혜자로 규정되지 아니하는 한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운송물의 손해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고의 또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나 부작위로 인해 생겼을 때에는 이들은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하지 못한다(상법 제798조 제2항 단서). 또한, 위 규정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 외의 실제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나 대리인에 대해 제기된 경우에도 적용된다(상법 제798조 제4항).
(3) 독립적 계약자와 히말라야약관
독립적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아닌 자로서 운송인의 계약의 이행을 보조하는 자를 말한다. 이러한 독립적 계약자에는 실제운송인과 그 밖에 하역업자, 부두경영자 또는 창고업자 등이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상법은 독립적 계약자가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해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통설 및 판례는 히말라야 약관에서 명시적으로 독립적 계약자에게 운송인의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권리를 부여한 경우에는 이러한 히말라야 약관은 유효하고 따라서 독립적 계약자도 이에 기해 운송인의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마. 부지약관
(1) 부지약관(不知約款)의 의미와 내용
부지약관(Unknown Clause)이란 선하증권상에 운송물의 내용, 중량, 품질 등에 관해 운송인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를 기재한 약관을 통칭한다.
송하인이 컨테이너에 적입한 화물의 수량 및 상태 등을 운송인이 알지 못하는 경우에 그 수량 및 상태 등이 선하증권상의 기재와 차이가 있더라도 운송인이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송하인이 신고한 명세임’(particulars declared by shipper), ‘송하인이 선적하고 계량함’(shipper’s load and count), ‘적하됐다고 함’(said to contain 또는 said to be) 등의 문언을 선하증권에 기재하게 되며 이를 부지조항, 부지약관, 부지문언, 부지문구 등으로 칭하는 것이다.
(2) 부지약관의 효력
영국에서는 부지약관의 효력을 인정해 선하증권의 문언적 효력을 배제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한다. 우리 법상으로도 컨테이너 화물 등 운송인이 그 내용을 알기 어려운 화물의 경우에는 부지약관의 효력을 인정해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부지약관은 우리 상법(제853조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므로 그 효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도 운송물의 중량, 용적, 개수 또는 기호가 운송인이 실제로 수령한 운송물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또는 이를 확인할 적당한 방법이 없는 때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학설 및 판례의 입장으로 보인다.
특별한 사정없이 스스로 운송물을 수령해 운송한 운송인이 자신이 수령한 운송물에 대해 몰랐으니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초래함은 물론 운송인의 기본적 의무를 몰각한 주장으로서 선하증권의 문언적 효력 및 금반언의 원칙은 물론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금지하는 상법 제790조에도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부지약관이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운송인이 운송물을 검사, 확인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운송인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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