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현대상선을 제외한 컨테이너선사들이 줄줄이 영업이익 흑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선사들의 운임회복과 비용절감 노력이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국제회계기준인 ‘IFRS16 리스’ 도입은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IFRS16 도입으로 그 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돼 선사들의 부채비율 증가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북미항로 운임 무역분쟁에도 전년수준 유지
원양항로의 물동량과 운임은 대체로 견실한 수준을 보였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수출항로 물동량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409만2000만TEU를 기록했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이 포함돼 있는 EU(유럽연합) 27개국으로 수출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6.5% 증가한 316만9000TEU를 기록했다. 러시아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등 비EU 국가 등으로 수송된 컨테이너는 9.3% 늘어난 92만3000TEU였다.
같은 기간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물동량은 전년 대비 0.1% 감소한 411만4300TEU로 집계됐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발 화물은 7.9% 감소한 250만3500TEU를 기록하며 전체 물동량 감소를 이끌었다. 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국은 각각 21.6% 16.1% 증가한 77만6900TEU 22만7000TEU를 기록하며 무역분쟁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동서항로의 양대산맥인 유럽과 미주항로의 1분기 평균 운임은 전년 수준을 웃돌며 선사들의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초대형선 인도에 따른 공급과잉에도 선사들은 선복조절에 나서며 운임회복에 전력투구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항로 평균 운임은 TEU당 850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30달러 상승했다. 1월 초 996달러를 기록했던 운임은 2월 말까지 800~90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3월 들어 운임은 800달러를 밑돌았지만 1분기엔 견조한 수준을 보였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북미 서안 FEU당 평균 운임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이 없는 1734달러를, 동안은 9달러 상승한 2815달러로 집계됐다.
유럽계 선사들 일제히 실적개선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머스크라인의 해상운송 사업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 증가에 그친 한편,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EBITDA)은 42% 증가했다.
머스크는 운임 상승과 운영비 절감, 조직개편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적개선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실어나른 1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322만TEU에 견줘 2.1% 감소한 315만TEU였다.
CMA-CGM의 매출액은 전년 54억1000만달러 대비 37% 증가한 74억1000만달러(약 8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컨테이너 수송량 증가와 세바로지스틱스 수입 1억7000만달러 반영 등이 외형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은 1억1500만달러에서 2억5300만달러(약 3000억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순이익은 -5300만달러(약 -630억원)로 전년 -6700만달러 대비 개선됐다.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파크로이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파크로이트는 영업보고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 2억4300만달러(약 2900억원) 순이익 1억900만달러(약 1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1분기 6200만달러에서 292% 폭증한 실적을 신고했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 1분기 -4200만달러에서 흑자전환했다. 이 회사의 외형도 확대됐다. 1분기 매출액은 34억7800만달러(약 4조1300억원)로 전년 동기 32억2100만달러와 비교해 8% 증가했다. 하파크로이트 측은 수송량 증가 운임 상승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인티그레이티드쉬핑서비시스(짐라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짐라인은 1~3월 세 달 동안 1860만달러(약 2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520만달러에서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7억5140만달러 대비 6% 증가한 7억9620만달러(약 9500억원)로 집계됐다.
대만선사들 일제히 이익개선
아시아선사들의 실적 회복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만 선사 에버그린 양밍해운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섰고, 완하이라인을 더한 3사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 역시 영업이익 적자 폭을 줄였으며, 코스코쉬핑은 외형과 내실을 동시 사냥했다.
코스코쉬핑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12억7700만위안(약 22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60% 증가한 350억7500만위안(약 6조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6억8700만위안(약 117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8배였다. 지난해 8월부터 OOCL 연결실적이 더해진 게 기여했다. OOCL을 포함한 컨테이너선사업 매출액은 334억5400만위안(약 5조7000억원)으로 약 60%를 차지한다.
현대상선은 두 자릿수의 외형 성장을 일구는 한편 영업손실 폭도 줄였다. 현대상선의 영업이익은 -1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1762억원 대비 적자폭이 축소됐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786억원으로 지난해의 -1745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매출액은 1조2774억원으로 19% 증가했다.
에버그린은 매출액이 24% 증가해 대만 3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13억300만대만달러(약 490억원)로 전년 -2300만대만달러에서 흑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1600만대만달러에서 4억6400만대만달러(약 170억원)로 폭증했다.
양밍해운의 올해 1분기 순손실은 전년 대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밍해운이 발표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310억3000만대만달러 대비 13% 증가한 350억8000만대만달러(약 1조3400억원)를 기록했다. 순손실은 전년 1분기 18억8000만대만달러에서 6억1300만대만달러(약 260억원)로 크게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7400만대만달러(약 30억원)로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벙커유 가격이 11% 상승하고 운영비가 늘어났지만 손실을 65% 줄일 수 있었다고 선사 측은 밝혔다.
완하이라인은 8억9900만대만달러(약 340억원) 10억6300만대만달러(약 400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전년 1억4600만대만달러 1억3200만대만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21.9% 증가한 172억9500만대만달러(약 6500억원)를 기록했다.
2019년 1월부터 IFRS 적용으로 컨테이너선사들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사들의 2019년 3월 말 부채총액은 2018년 12월 말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 가장 증가율이 큰 곳은 CMA-CGM이었으며, 2018년 대비 2.2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해사신문은 여기에 세바로지스틱스 인수에 따른 부채 등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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