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수렁에 빠진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상황이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사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중견 조선기업 7곳 중 5곳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형·내실 동시사냥 대선조선 한곳에 불과
현대 계열 조선사들의 외형과 내실은 동반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매출액은 2조6197억원으로 전년 2조7709억원과 비교해 5.5% 감소했다. 영업이익 순이익 역시 -2289억원 -855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16억원 87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6.7% 79.4% 후진했다. 매출액 역시 2017년 2조4413억원에서 지난해 2조4050억원으로 1.5% 뒷걸음질 쳤다.
올해 1분기 자회사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 여파로 자본잠식에 빠진 한진중공업은 외형은 커진 반면, 내실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중공업의 조선부문 영업이익은 -1707억원으로 1년 전 -498억원에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반면 매출액은 5469억원으로 전년 4169억원 대비 31.2% 성장했다.
한진중공업과 더불어 5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대한조선은 외형은 두 자릿수의 성장을 거뒀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 실패했다. 대한조선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1% 증가한 513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4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으며, 순이익 역시 -560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우며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수출입은행 주도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대선조선은 국내 주요 중견조선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외형과 내실을 동시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이 조선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3019억원을 달성했다.
부문별로 신조선 공사에서 2628억원에서 14.4% 늘어난 3007억원를 일군 반면, 부산물 매출은 12억2000만원으로 소폭 하락한 실적을 신고했다. 영업이익은 4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으며, 순손실 역시 204억원에서 2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STX조선해양의 매출은 전년 대비 11.6% 감소한 3497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1159억원에서 -830억원으로 손실을 줄였다. 순이익은 -1059억원에서 -1416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성동조선해양은 매출 이익 동반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이 크게 쪼그라들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이 조선사의 매출액은 2017년 4280억원에서 지난해 4100만원으로 축소됐다. 부산물 부문에서만 매출액이 발생했다. 2017년 4000억원을 웃돌았던 제품 매출액이 전무한 데다 임가공 부문에서도 거둔 실적이 없어 외형이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은 -33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 적자 폭을 -1940억원에서 -1117억원으로 줄이는 데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갈수록 벌어지는 대형조선과 중소조선 수주실적
중견조선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악화된 건 2016~2017년 수주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2016년 한 해 중견조선사들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선박 수주액은 전년 대비 72.2% 급감한 3억7천만달러(약 4200억원)로 추정된다. 2007년 262억1천만달러(약 30조원) 기록 이후 가파른 하락세다. 조선사들의 수주액이 10억달러를 밑돈 건 수은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었다.
2017년 12억5000만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10억8000만달러(약 1조2100억원)의 수주실적을 거두며 기업들의 표정을 어둡게 했다.
현대중공업(90억9300만달러) 삼성중공업(63억달러) 대우조선해양(68억달러) 등 이른바 국내조선 ‘빅3’의 지난해 수주액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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