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9600t(재화중량톤)급 러시아 화물선 <시그랜드>(SEAGRAND)호가 배상 한도 2500만달러(약 275억원) 규모의 러시아 자국 선주책임상호보험(P&I)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수사 중인 부산해양경찰서는 5일 브리핑에서 “사고로 요트와 바지선이 부서지고 이들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3명이 다쳤으며 광안대교, 요트를 계류하고 있던 부두시설이 일부 파손돼 피해금액을 추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형사 사건 처리가 마무리되면 P&I 보험을 상대로 본격적인 피해금액 청구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그랜드>호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40분께 용호부두에서 출항하다 부두 계류장에 정박 중이던 요트 2척과 바지선 1척을 친 뒤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요트와 바지선에 승선해 있던 승무원 3명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요트 계류 부두와 광안대교 하판이 파손됐다. 사고 당시 러시아인 승무원 15명이 배에 타고 있었다.
해경은 선장 S(43)씨가 음주 상태로 운항하다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지난 3일 해사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사고 선박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물류회사인 보스토크모서비스(VMS)에서 소유하고 있으며 SC그랜드쉬핑을 선박안전관리(ISM) 책임자로 두고 있다. 러시아 물류회사는 지난 1986년 일본 미호(三保)조선소에서 지어진 선박을 2012년 6월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가입한 선급단체는 러시아선급(RS)이다.
러시아선급은 사고 당일 해당 선박의 등급판정을 일시정지(CLASS SUSPENDED)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급 관계자는 “사고 선박의 선급이 정지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선박의 사고난 부분 수리 후 수리가 잘 이뤄졌는지 검사하는 과정을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시그랜드>호가 도선사 없이 자력으로 운항하다가 사고를 내자 자력 운항할 경우 사고 위험이 높은 총톤수 1000t 이상 선박의 용호부두 입항을 6월3일 24시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전면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사고 선박의 총톤수는 5998t이다.
지난해 용호부두에 입항한 선박은 총 176척이며, 이 가운데 1000t 이상 선박은 76%인 134척에 이른다. 긴급조치로 하역이 차질을 빚을 경우 부산항만공사와 협의해 북항 감천항 등 대체부두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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