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자 상거래 기업 중 한 곳인 쿠팡이 본격적으로 택배사업에 뛰어들었다. 쿠팡은 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CLS)가 대구광역시에 첫 배송거점을 열고 택배운송업을 시작한다고 지난 10월 말 밝혔다.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는 지난 9월 국토교통부의 심사를 거쳐 신규 택배 운송사업자로 승인 받았었다.
로켓배송을 도입하며 유통 및 물류 업계에 파장을 던졌던 쿠팡이 이번에는 택배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됐다.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는 대구 캠프에 전기 화물차를 도입하고 맞춤형 충전 인프라를 설치해 친환경 배송을 펼칠 계획이다. 대구에 이어 전국 각지에 캠프를 열고 그동안 쿠팡맨의 직접 배송이 불가능했던 제주 등지에서도 신규 캠프를 열 예정이다.
앞으로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는 모든 배송인력을 직접 고용한다. 기존 국내 택배기사 대부분은 자영업자로서 차량 구입, 유지비, 각종 보험비 등을 직접 부담해야 하지만,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 소속 택배기사는 회사 직원으로 고용돼 급여와 보험, 연차 등을 보장 받게 된다.
쿠팡이 택배업계에 뛰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쿠팡이 택배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당분간 택배업계에 큰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대부분의 물류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가 자체 물량만 소화할 뿐 경쟁이 치열한 택배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물류업계 전문가 A씨는 “쿠팡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체 물량을 배송하는 것은 가능하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택배업계는 CJ대한통운이 절반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한진, 롯데, 우체국, 로젠 등 총 5개사가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쿠팡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단 기간에 택배 사업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점진적으로 물량을 늘려가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쿠팡 역시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택배사업자로 승인받으면서 유상으로 제 3자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됐다”며 “일단은 사업을 시작하는 첫 단계여서 당장 쿠팡 외에 제 3자의 물건을 배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쿠팡의 경우 자사 물량이 확보돼 있어 신생 택배업체에 비해 사업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쿠팡은 지난 9월 기준 누적 배송상품 수가 2억6100만여개에 달한다.
물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지만 택배업계는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평균단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쿠팡으로 인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긴 한다. 하지만 당분간 쿠팡이 자사 물량 외 물량을 늘려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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